“검찰 특활비 공기청정기·기념사진에… 국가 세금을 마음대로 썼나”

기밀수사 등을 위해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했던 검찰 특수활동비가 공기청정기 렌탈이나 기념사진 촬영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가 세금을 검찰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공개된 뉴스타파의 '검찰 특활비의 비밀… 햄버거와 공기청정기' 보도에 따르면, 뉴스타파와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으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은 전국지방검찰청 67개에 대한 취재를 진행해 검찰의 예산 오남용 및 세금 부정 사용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공동취재단은 지난 6월 23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 8천여 쪽을 받아내 5주 연속 검증 보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증 과정에서 특활비 집행 자료가 무단 폐기됐다거나 '무증빙 지출'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지적하며 검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국 검찰 조직 특활비 검증에 나섰다.

특활비 '기밀수사' 위해 공개 안 했는데…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를 위해 일반적인 예산과 달리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예산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가 검찰에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승소해 대법원은 지난 3월 대검찰청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지출한 특활비 집행 정보 및 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또 검찰 특활비가 검찰청 총무과 등 비수사 부서에도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 수사를 직접 하지 않는 부서에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로 인해 검찰이 특활비를 비수사부서를 포함해 나눠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지난 2019년 7월 자신의 퇴임을 앞두고 특활비 1900만원을 집행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송 지검장이 검사 생활을 정리하던 시기 갑자기 '기밀 수사' 명목의 특활비를 몰아 쓴 이유에 대해서도 특활비 유용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검찰은 특활비가 기밀 요하는 수사에 쓰이는 돈이라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왔다"며 "그런데 공기청정기 렌탈이나 기념사진 촬영에 특활비를 사용한 건 검찰이 국가 세금을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뉴스타파, 검찰 특활비 실태 발표날… 검찰 '압수수색'

한편 뉴스타파 등 6개 언론사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앞 주차장에서 전국 검찰청 중 56개 기관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분석해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취재단은 검찰 특활비 중 일부가 공기청정기 대여, 기념사진 촬영, 검사장의 퇴임 전 사용 등 '기밀 유지'라는 원래 목적과 맞지 않게 쓰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예산 오집행과 수사 특성 등을 근거로 들어 특활비가 사용 목적에 맞게 집행됐다고 해명했다.

취재단의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공교롭게도 검찰이 이날 오전 뉴스타파 본사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취재단의 기자회견을 빌미 삼아 이날을 압수수색 시행일로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