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면제받았는데 또 파산'... 올 상반기 740명 매년 증가세

"채무자가 파산 이후에도 재기하지 못해"

#. 임대아파트에살고 있는 A씨(75)는 천연식료품 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진 빚 수억 원을 갚지 못해 2007년 파산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고령에 건강도 나빠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버텼지만 1600만 원의 빚이 생겨 다시 서울중앙지법에 파산 신청을 했다.

과거에 파산면책 결정이 났던 사람이 7년 후 또다시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사건에서 파산관재인의 보고서가 작성된 사건은 1만6125건이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채무자가 과거 개인파산·면책 사건을 신청한 적이 있는 사건이 939건이며 이 중 740건은 법원의 면책 결정으로 채무가 사라졌지만 재파산을 신청한 사례다.

개인파산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개인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이 소정의 심사를 거쳐 파산선고를 내리는 제도다.

채무자회생법은 첫 번째 파산 면책 결정을 받은 그날로부터 7년이 지나야 면책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책 결정을 받았다는 것은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도박, 낭비 등으로 인한 파산이 아닌 것이 인정돼 채무 변제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보니 재파산의 경우 주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보다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재파산 신청자 중에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50∼60대가 54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비교적 젊은 30∼40대도 108명이나 됐다. 7∼80대는 91명이었다.

재파산 신청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262건이었으나 △2019년 595건 △2020년 770건 △2021년 998건 △작년에는 102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유형이 전체 파산사건 중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에는 3.1％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58％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산을 경험한 개인이 경제적 재기에 실패할수록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선미 의원은 "파산자의 재파산은 채무자가 파산 이후에도 재기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파산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파산자의 의무 이행을 철저히 하는 한편 국민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