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美 국채·金 ETF로 자금 대거 유입

지난주 미국채 금리 상승, 30년물 입찰 등 영향...커브 스티프닝 현상 보여

한화투자證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 확대로 자금 유입"

金, 美 채권금리 상승에도 불구 가격 올라...5월 이후 첫 온스당 2000달러

중동 지정학적 불안에 150달러 치솟을 것이라는 국제유가는 하락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군사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ETF 시장에서는 장기물 국채, 금(金)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미국채 금리 상승, 30년물 입찰 등의 영향에 장기 구간 중심으로 상승하며 커브 스티프닝(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것)을 보였다. 특히 금주 FOMC 등 이벤트를 앞두고 전구간 소폭 상승 마감했다.

한화투자증권 권병재 연구원은 31일 전략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미국 ETF 시장은 주식에 57억 달러가 유입됐다, 중동 우려에도 S&P500 추종 ETF로의 자금 유입이 많았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되면서 장기물 국채 ETF에 53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금 ETF에도 자금이 유입됐다"며 "수익률로는 비트코인 ETF가 강세였고,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과 전쟁 리스크가 지속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장 ETF 중 국내 주식이 포함된 종목은 372개로 지난주 미국 상장 ETF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약 975억원이 유입됐다고 추정한다"면서 "신흥국 ETF에 자금이 유입됐다"고 진단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공모펀드 관련해선 "지난주 공모펀드에서는 단기금융 중심으로 2.2조원이 유출됐고(전주 공모펀드 6.9조원 유입), ETF 시장에는 1.1조원이 유입됐다"며 "주식형, 채권형, 파생상품 모두 ETF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국내 ETF 시장은 주식 ETF에 1.1억 달러가 유입됐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증시가 약세였음에도 주식 ETF에는 저가 매수로 자금이 유입됐다. 하락 폭이 컸던 2차전지 ETF에도 자금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로는 안전자산 선호에 장기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관련 ETF가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은 미 채권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며 온스당 2000달러 선을 상회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현물 금값이 한 때 온스당 2006.83달러에 거래됐다. 현물 금값이 2000달러를 넘긴 것은 5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0.4% 오른 2005.60달러에 마감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대표 안전자산이인 금은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에 역행하는 가격 방향성을 띠고 있다"면서 "최근 금 가격 강세는 5.0%에 육박한 명목금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안전자산 선호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최고 안전자산으로 선호되고 있는 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값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간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뉴욕 증시 호조 등의 영향에 하락했다. 반면 엔화는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경계감에 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뉴욕증시가 실적 호조 등으로 반등한 점이 금융시장 위험회피성향을 완화시키면서 달러에는 하락요인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전주 후반 국채발행계획 발표 이후 확대됐던 강세 폭을 되돌리는 양상"이라며 "이번 주 FOMC, 미 재무부 분기 차입계획 등이 발표되는 점 등에 경계감이 확대되며 최근의 강세를 되돌렸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이-팔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 짙어질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 등 지정학적 불안에도 하락했다.

김유미 연구원은 "중동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기는 하나 아직 실질적인 공급 차질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경계감이 확대된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