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미중회담 평가 "낮은 기대치 설정...만남 자체 상징적 의미"

AP통신 "두 정상 악수하고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

WSJ "뿌리 깊은 마찰 생기면 빠르게 시험대 오를 것"

CNN "더 위험한 경쟁의 근본적 요인 완화 도움 안돼"

NYT "시 주석, 세계 강국으로서 이미지 만들고자 노력"

백악관은 정상회담 결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는 반면 미국내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갖는 '관계 안정화'라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 기자들과 온라인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4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진전을 이룬 내용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며 "우리는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도 "두 정상 간 회담은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회담과 1년 전 발리 회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 안보와 미국 국민에게 매우 도움이 될 실질적인 결과물을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두 정상의 만남 자체에 상징적 의미를 두는 반응이다.

AP통신은 "두 정상은 양국이 대립하는 어떤 중대한 지정학적 현안조차 해결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이웃국가들에게 위안이 되는 유화적 어조를 취했다"면서 "아마도 때로는 단지 악수를 하고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미미한 진전'은 뿌리 깊은 마찰이 생기게 되면 빠르게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시 주석이 전날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과의 무역, 투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CNN은 "미중 관계의 기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아주 낮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양측이 생산적이었다고 선언할 동기가 상당한 상황에서 4시간 대화 후 분위기가 들뜬 것을 성과라고 하기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점진적인 진전은 미·중을 더 위험한 경쟁으로 몰아가는 근본적 요인을 완화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단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도 시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단절"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의 이미지 메이킹 성과를 부각했다. NYT는 "시 주석은 저조한 중국 경제 부양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세계에 확신시키고 싶어한다"면서 "시 주석은 중국의 이익을 강력하게 수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미국과 대등한 세계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