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법안 발의에 적절성 염려
"결국 금융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 가에 달려있는 문제" 강조
이복현 금감원장 "건전성 지키면서 국민 체감할 수 있는 지원방안 필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금융지원대책방안 강구에 대해 당부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지주회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금융)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며 "막대한 은행 이익이 단지 금리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횡재세' 법안 발의의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1~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4조1000억원 대비 5조4000억원(38.2%) 늘었다. 다만 3분기만 놓고 보면 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했다.
대출 등의 증가로 이자이익은 소폭 증가했으나,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매매손실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감소하고 지분 손상차손 등으로 영업외손익이 감소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6000억원(8.9%) 증가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으나,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 증가로 이자이익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금융권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시장경제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회사 건전성'을 언급하면서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협조해 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탄탄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며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과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 등 국내 8대 은행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