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사태, '철학'차가 일으킨 분열"…AI 규제론 vs 개발론

샘 올트먼 오픈AI 전 최고경영자(CEO)의 해임 사태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철학차가 일으킨 분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AI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인류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AI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철학과 두려움보단 AI의 발전 잠재력에 주목해 개발해야 한다는 철학이 서로 충돌했다는 것.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간)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에 대한 신뢰를 잃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가 인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픈AI의 상업적 서비스를 너무 빨리 확장하려 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가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진 가장 극적인 분열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분열을 둠머(Doomer·규제론)와 부머(Boomer·개발론)의 격돌로 봤다. 둠머는 AI를 방치할 경우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머는 두려움보단 AI의 발전 잠재력을 강조한다. 어느 진영의 영향력이 큰지에 따라 규제의 정도와 향후 혜택을 누가 얻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

오픈AI의 기업 구조는 이 두 진영에 걸쳐 있다. 지난 2015년에 비영리 단체로 설립된 이 회사는 3년 후 영리 자회사를 설립해 기술 발전을 위해 고가의 컴퓨팅 용량과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오픈AI에 함께 있던 둠머와 부머의 상반된 철학을 언제나 만족시키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둠머 진영은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 규제 강화를 외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런 진영에 속한다. 부머 진영은 AI개발이 방해받지 않고 허용되며 그 속도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벤처캐피털 업체 앤드리슨 호로비츠를 설립한 마크 앤드리슨 창업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얀 르쿤 AI 수석과학자 등과 스타트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추상적인 철학적인 이유보다 상업적인 이유로 진영이 갈리기도 한다고 봤다. 둠머는 AI 경쟁에서 앞서 있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부머는 후발주자이거나 규모가 작으며 오픈소스를 선호한다.

오픈AI의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명을 달성했다. 구글 연구원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학습된 소프트웨어인 대규모 언어 모델에 대한 원본 논문을 작성했으며, 이는 챗GPT를 포함한 챗봇의 기반이 된다. 현재 바드라는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올트먼은 공개적으로 AI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가드레일'을 요구하는 동시에 더 강력한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자가 직접 챗봇을 구축할 수 있는 앱 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도구를 출시하도록 촉구하는 등 두 진영 모두에 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올트먼 전 CEO와 오픈AI 이사회는 AI 안전성과 개발 속도, 상업화 등과 관련해 계속 충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픈AI 사태를 통해 AI를 둘러싼 철학 전쟁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면서도 "이러한 전쟁을 통해 기술 발전과 규제방식, 그에 따른 수혜를 누가 가져갈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