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이 엉뚱한 발 수술 준비해 착각
멀쩡한 발에 복숭아뼈 자르고 철심 3개 박아
병원, 추가 보상 조율해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
◆…멀쩡한 발목뼈를 절단해 철심 3개를 박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유명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한 왼발 대신 멀쩡한 오른발 뼈를 절단하고 철심을 박아 불구로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직장인 A씨(29)는 왼쪽 발목이 안쪽으로 접혀 바닥을 제대로 디딜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10일 서울의 대형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2시간여의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난 A씨는 멀쩡하던 오른발의 발목뼈가 잘리고 철심 3개가 박혀있어 깜짝 놀랐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 의료과실의 증거를 확보한 후 다시 왼발 수술을 받았다.
병원의 실수로 양쪽 다리 모두 수술을 받은 A씨는 무려 5개월 동안 입원해야 했으며 이후에도 4개월째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현재 걸을 수는 있지만 발목이 구부러지지 않아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을 걷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 집도의는 TV에도 출연한 박사 출신의 유명 의사였다. 담당 의사는 "수술에 참여한 직원이 A씨의 왼발이 아닌 오른발에 수술 준비를 해놓아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면서 "A씨의 오른 발목도 외관상 화상이 있고 온전하지 않아 수술 부위가 잘못됐음을 바로 알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A씨의 병원비를 받지 않았고 재활치료를 돕기 위해 병원 근처에 월세방도 얻어주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오른발은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걷고 뛰는 데는 문제가 없어 축구, 등산 등도 즐겼다"며 억울한 감정을 쏟아냈다.
복숭아뼈를 잘라 여러 뼈를 철심으로 연결해 발목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해 놓은 A씨의 오른발은 뼈들이 다 굳어 과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A씨는 "수술을 위해 왼발의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 등 모든 검사를 왼발 중심으로 했는데 멀쩡한 오른발을 건드렸다. 오른발은 화상을 입었지만, 축구와 달리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 오른발이 왼발을 대신해 힘이 돼주어 의지하고 일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는 절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후 거의 1년 가까이 방치된 느낌이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병원과 보상금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나의 억울한 사연이 세상에 꼭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원래 수술하려고 했던 왼쪽 발목은 (오른발 수술 후) 곧바로 수술해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 수술 전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았지만 교정 후 원활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른 병원에서 모두 어렵다고 거절했지만,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사고의) 경우를 대비해 가입해 둔 한국의료배상공제조합에 보상을 신청해 심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추가 보상도 피해자와 조율해 최대한 원만하게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환자분과 거의 매주 1회 점심 식사를 같이하며 병원에 대한 불만과 원하는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