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긴장으로 유가 3일째 올라…美재고 급증은 상승폭 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세계 무역 혼란과 공급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3일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6%(47센트) 오른 배럴당 79.7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4%(28센트) 올라 배럴당 74.22달러로 마감했다.

장 초반 두 유종 모두 1달러 이상 상승했다. 이번 주 주요 해상 운송업체와 석유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면서 운송 및 보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운송 및 물류 회사인 퀴네+나겔은 이미 항로를 변경한 103척의 선박을 확인했으며 향후 더 많은 선박이 항로를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그리스 정부 또한 홍해와 아덴만을 항해하는 상선들에 예멘 해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운송 측면에서 전 세계 상선의 약 20%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 차질뿐 아니라 공급 비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우회할 시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무려 9,000km 늘어나며 운행 시간도 7~10일 추가된다. 이에 따른 전쟁 위험 보험료도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터부시협회LLC의 존 리터부시는 "홍해 통로를 통한 화물 수송의 안정화될 경우 상당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애널리스트는 "생산이 위협받지 않는 한 시장은 결국 공급 경로 변화에 적응할 것"이라고 봤다.

전날 미국은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출범시켜, 각국이 군함 등 자산을 홍해 남부로 보내 상업용 선박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후티 반군은 "미 군함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다만 이날 하마스 지도자가 휴전 협상을 위해 한 달 만에 이집트를 방문하고 미 원유 재고가 급증했다는 소식은 유가 상승 폭을 제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90만 9,000배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들의 25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휘발유 재고도 271만 배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