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개 재판에 연령 제한 두고 있지 않아”
아동협회 “아동성범죄 재판 견학은 정서적 학대"
◆…법원 로고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초등학생들에게 변태적 행위 등 원색적 표현이 난무한 아동성범죄 형사재판을 방청하게 해 부적절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창원 시내 초등학교 2곳의 5학년생 남녀 약 20명은 '법원 견학 프로그램'에참여해 형사재판을 참관했다. '창원지법 견학 프로그램'은 학교·학무모 등이 신청하면 법원에서 투어 코스를 계획한다.
초등학생들은 법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315호 대법정에서 약 30분간 머물며 재판을 방청했다.
그런데 하필 당일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다룬 재판 7건 가운데 5건이 성범죄 사건이었고 이 중 4건은 피해자가 미성년·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였다.
당시 재판부는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성기·구강·항문' 표현을 10여 차례 거론했다.
곧바로 이어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매수등) 혐의로 기소된 30대에 대한 재판에서는 "13세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성을 매수하는 행위를 했다. 아동 청소년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을 참관한 초등생들은 또래 친구들의 피해 사실을 듣고 다소 경직된 채로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아동 관련 단체는 이번 견학 자체가 정서적인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재판을 보여주는 게 교육적"이라면서 "성교육을 위해 굳이 포르노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팔·다리가 잘린 시신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공개 재판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성범죄라고 (견학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아 견학 프로그램에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부모들에게 '이런 재판인데 참관해도 괜찮은지'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를 넣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