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 충분"
대법원 “검찰로고 공기호로 볼 수 없다”
◆…검찰 로고. 사진=연합뉴스
차량에 검찰 로고를 부착하고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한 남성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4일 공기호위조·위조공기호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공기호는 공무원 또는 공무소가 대상물의 동일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자 또는 부호를 말한다.
A씨는 2020년 11월∼12월 검찰 로고와 함께 '검찰 PROSECUTION SERVICE', '공무 수행' 등 문구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차량에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사로 일하는 사촌 형이 차량을 빌려가 붙여줬다'고 주위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심 재판부는 표지판이 부착된 A씨의 차량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검찰 로고를 형법상 '공기호'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로고를 차량에 부착한다고 해서 공무수행 차량임을 증명하는 기능이 없기때문에 공기호위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지판에 사용된 검찰 업무표장은 검찰수사, 공판, 형의 집행부터 대외 홍보 등 검찰청의 업무 전반 또는 그 관련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이 부착된 차량은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능이 있다는 등 이를 통해 증명하는 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이 사건 표지판이 부착된 차량을 '검찰 공무수행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해도 검찰 업무표장이 이 같은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상 이를 공기호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