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 부동산 개발…규제 회피 의도"
◆…법원 로고 [촬영 이율립]
사업실적이 없는 '휴면 법인'을 인수해 부동산을 개발한 사업체에 지방세법상 중과세를 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사가 서울시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취득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부동산 신탁업체인 A사는 2016년 11월 컴퓨터 시스템 개발업체인 B사를 인수하고 B사의 목적사업을 부동산 개발업으로 변경했다.
이후 2019년 2월 B사와 신탁 계약을 맺고 B사가 취득한 영등포구 내 필지 등을 개발했다.
A사는 이 부동산에 건물을 신축한 뒤 이듬해 12월 24일 자사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구청이 이를 지방세법상 중과세 대상으로 보고 약 8억원을 부과하자 A사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는 B사가 '휴면법인'이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지방세법은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5년 이내에 해당 법인을 통해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중과세한다고 정한다.
인수일 이전 2년간 사업 실적이 없고 인수일 이후 1년 이내에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한 경우 휴면법인으로 본다.
재판부는 인수 당시인 2016년 11월 당시 B사가 휴면법인이 맞았다고 보고 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사가 2014∼2016년 급여나 임차료 등 필요 최소한의 사업 경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매출·매입 실적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사가 인수하기 전까지 B사는 부동산 개발업과 무관한 사업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A사가 인수 전 미리 B사의 명의만 빌려 부동산 개발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사업 활동을 B사의 사업 실적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사는 인수 전후로 B사가 사업 활동을 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과세 규제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