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의사 1000명 증원하면 2050년 이후에는 과잉

의사 정원을 매년 1000명 이상 증원하면 2050년 이후부터는 의사 공급이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의대 홍윤철(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간담회'에서 "수급 추계를 한 결과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의대 정원을 1000명 증원하면 2050년 이후에는 과잉 공급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홍 교수는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500~1000명 수준으로, 정부 주장처럼 1만명 증원이 필요하다 해도 10년간 1000명씩 늘리는 게 안전하다"며 "5년 후 5000명을 증원한 시점에서 다시 의료 수요를 고려해 정원을 재조정하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 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는 정부의 의대 증원 논리에 중요한 근거가 됐다. 홍 교수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와 토론회에서 정부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잘못 인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 교수는 "의사 부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나타나며, 수도권은 과잉 공급이 심화된다"면서 "비수도권에 국한한 의대 정원 확대"를 제안했다. 의사 공급 과잉을 예상해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의사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현재 의료계가 분노하는 것은 의료 행위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을 통한 낙수 효과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접근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대 증원에 앞서 의료 행위를 가치 기반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병원 시스템도 문제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전공의는 기본적으로 피교육자"라며 "이들 업무의 70~80%를 수련에, 20~30%를 의사로서 진료에 할애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그렇게 된다면 전공의의 과도한 노동이 정상적인 노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