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CLA서 친팔레스타인·친이스라엘 시위대 충돌

미국 내 대학가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컬럼비아 대학에서 시위자들을 체포한 지 몇 시간 만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친(親)이스라엘계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계 시위 캠프를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UCLA의 목격자가 제보한 영상을 통해 경찰 출동 전 시위대가 막대기를 사용해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UCLA의 연구원이자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한 카이아 샤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를 폭력적으로 해치는 반대편 시위대를 만나는 상황까지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UCLA 대학원생이자 친팔레스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의 회원인 벤자민 커스틴은 이날을 "끔찍한 폭력의 밤"이라며 "반대편 시위자들이 계속해서 선동하지 않았다면 평화로운 학생 시위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UCLA 관계자는 "캠퍼스 내 시위 캠프 설치는 불법이고 교내 정책을 위반한 것"이라며 "대학과 무관한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컬럼비아대에서는 헬멧과 시위 진압 장비를 착용한 뉴욕시 경찰 수십 명이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있던 친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을 체포했다.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경찰의 명령에 따라 인근 건물로 피신했으며 경찰은 미 전역으로 번진 시위 캠프를 철거하기도 했다.

경찰은 컬럼비아대와 뉴욕대에서 약 300명을 재물손괴 및 무단 침입 혐의로 체포했다고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이 말했다. UCLA에서는 대학 측이 캠프 내에서 발생한 여러 폭력 행위로 인해 파괴된 질서를 회복하고 공공 안전을 유지하도록 경찰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20년 대대적인 반인종차별 시위 이후 가장 큰 미국 학생 운동이다.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은 시위가 벌어진 대학 측이 반유대주의로 변질된 시위에 대한 조사와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의 피해 사실을 방관했다고 비난했으며, 일부는 미누시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샤피크 총장은 시위로 인해 교내에서 학생들 간 증오와 괴롭힘이 난무하고 캠퍼스 주변의 뉴욕 맨해튼 거리로 몰려든 외부인들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군사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 많은 시위대를 분노케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 주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에서 반유대주의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미국인들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것은 평화롭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