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여부 하급법원에 회부…11월 대선 전 재판 가능성 없어져
트럼프 인준 3명 포함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면책특권 인정”
진보 3명 반대 의견 표명…”대통령 위한 무법지대 조성해”
◆…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에게도 재임 중 행한 공적 행위에 관한 면책 특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사진 로이터>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에게도 재임 중 행한 공적 행위에 관한 면책 특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대법원은 2020년 1.6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과 관련한 선거 위반 혐의에서 트럼프 측의 면책 주장을 기각한 하급 법원의 결정을 기각했다.
표는 6대 3으로 보수, 진보로 갈렸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인준된 3명을 포함한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과 3명의 진보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로이터는 대법원이 면책 특권에 대한 주요 질문을 하급 법원에 회부하여 해결하기로 한 만큼 11월 5일 대선 전에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시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면책 특권은 사적 행위가 아닌 공적 행위에 대해 적용되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진 사법 리스크 중 성 추문 입막음 관련 혐의에 대한 유죄평결은 유효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우리는 권력이 분리된 헌법 구조에 따라 대통령 권력의 성격상 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공적 행위에 대해 형사 기소로부터 어느 정도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면책 특권은 "핵심 헌법상 권한과 관련해 절대적이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기소의 위협 없이 용감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보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전하며 이번 판결이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무법지대를 조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이제 그(트럼프)는 어떤 식으로든 공권을 행사해도 형사 기소로부터 격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를 사용할 때마다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 왕"이라며 "해군에 정치적 경쟁자를 암살하라고 명령하는 것,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하는 것, 사면의 대가로 뇌물을 받는 것 모두 면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을 자축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한 큰 승리"라며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미국 대법원이 어떤 경우에도 전직 대통령을 형사 기소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은 18세기 이후 처음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8월 2020년 1.6 의회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직한 행위와 사기 행위로 미 선거를 방해하는 동시에 개표를 통해 명확한 결과를 알아야 하는 미국 시민의 권리를 부정하는 행위를 공모'했다는 혐의를 대배심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당시 기소를 인정한 법원은 워싱턴 연방지법이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 행한 모든 행위는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를 기각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진 대법원이 이 사건을 검토한다고 나서며 이 같은 판결을 내리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