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68년·경남창원·서울대·행시37회)에 대한 인사청문회(7월 16일)에 모두가 집중하는 듯하지만, 국세청 안팎의 시선은 청문회 이후 불어닥칠 '메가톤급 인사태풍'에 온통 쏠리는 모습이다. 국세청 1급 4자리 중 3자리, 2급 지방청장 4자리 중 3자리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내 1급(고위공무원 가급)은 차장, 서울청장, 중부청장, 부산청장 4자리다. 이 중 부산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3자리에 대한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2급(고위공무원 나급) 지방청장 자리는 인천·대전·광주·대구 지방청 4자리다. 이 가운데 대전·광주·대구 지방청장은 명퇴로 인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인사 폭이 확대돼 '제로베이스'에서 아예 새판이 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청장, 부산청장, 그리고 지방청장급 인사로 분류되는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자리까지, 고위직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제1의 변수 '오호선'
◆…서울청장은 누구? = 왼쪽부터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 오호선 중부청장.
이번 인사태풍의 핵은 누가 뭐래도 '서울청장' 인사다. 강민수 후보자(현 서울청장)와 같이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되려면 서울청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유리하다. 차장이 국세청 내 2인자라고 하지만 이는 명목상일 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기관장'인 서울청장이 국세청 내 실세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많지 않다.
차기 서울청장으로는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68년·경북김천·서울대·행시39회)과 오호선 중부청장(69년·경기화성·서울대·행시39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재수 조사국장은 본청에서 이미 전산정보관리관, 기획조정관, 법인납세국장 등을 역임, 현재 위치인 조사국장 자리에서 다른 본청 국장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떨어진다. 조사국장이라는 무게감에 더해 TK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1급 승진에 무리가 없고, 연령 또한 지방청장으로 나오는데 적절한 시기라는 점에서 차기 서울청장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변수는 오호선 중부청장 쪽에 있다. 강민수 후보자와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한번 자웅을 겨뤘다는 점에서 '용퇴'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고 강민수 후보자와의 궁합을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충분히 변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 중부청장은 이번 정부의 첫 번째 조사국장이기도 하다.
중부청장에서 서울청장이 된 케이스는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도 없다. 10년여가 흘렀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세무대 1기 출신인 김재웅 청장이 중부청장에서 서울청장으로 영전한 바 있다. 이전엔 이명박 정부 시절 조현관 청장이 중부청장을 1년 반, 서울청장을 9개월 역임한 적 있다.
◆ 어디든 갈 수 있는 '양동훈'
◆…왼쪽부터 양동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박재형 국세청 조세조세관리관.
양동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67년·전남강진·고려대·행시41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말 그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양동훈 국장의 행보가 나머지 고위직 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국장은 67년생으로 2년 조기명퇴 관례를 유지하고 있는 국세청 특성상 내년이 국세청에서의 마지막 해다. 본청 국장 중에선 유일한 67년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 국장은 대전청장 또는 광주청장으로 발령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대전청에서 국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점, 출생지가 호남이라는 점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엔 차장 또는 중부청장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보수 정권에서 호남 출신 인사가 1급으로 승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1급 지방청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차장 자리에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꼼꼼히 국세청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차장의 특성이 양 국장의 성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도 나온다. 양 국장은 프로필상 출생지만 전남 강진으로 되어 있을 뿐 실제 대부분의 생활은 서울에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역시 서울 환일고를 나왔다. 일각에선 양 국장의 실력이나 평판으로 볼 때 중부청장도 못 오를 자리는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68년생으로 '국장 졸업'이 예상되는 박재형 국제조세관리관(68년·대전·고려대·행시39회)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전청장, 나아가 승진을 통해 중부청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왔던 인물로, 최근에는 강민수 후보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향후 거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재형 국장 역시 차장에서 중부청장, 2급 청장까지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외에 이동운 기획조정관(70년·서울·서울대·행시37회/41회 동격), 김국현 전산정보관리관(69년·전남여천·서울대·행시40회), 최재봉 법인납세국장(71년·전북완주·고려대·행시39회), 민주원 개인납세국장(69년·서울·고려대·행시41회), 안덕수 자산과세국장(71년·부산·고려대·행시40회), 이승수 복지세정관리단장(69년·서울·서울대·행시41회), 박해영 국장(71년·경남사천·고려대·행시41회) 등 최근 인사 발령이 난 김지훈 감사관(71년·전북김제·연세대·행시41회)과 외부출신 변혜정 납세자보호관을 제외한 본청 국장들의 대이동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재수 조사국장의 자리를 누가 이어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비고시'는 어디로?
◆…비고시 3인방 = 왼쪽부터 박수복 인청청장, 한경선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박광종 중부청 조사3국장.
현재 국세청에서 비고시 출신 고위공무원은 박수복 인천청장, 양동구 광주청장, 윤종건 대구정청장, 한경선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박광종 중부청 조사3국장 등 5명이다. 이 중 2명(양동구·윤종건)이 퇴직을 앞두고 있으니, 사실상 남은 이는 3명에 불과한 셈이다. 즉시 비고시 출신 부이사관을 고공단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승진과 동시에 지방청장으로 발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시선이다.
올해 초 부임한 박수복 인천청장(66년·경북청도·세무대5기)의 경우 올해가 마지막인 66년생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인천청에서 연말까지 1년을 채우고 공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취임한 한경선 교육원장(67년·충남대전·세무대6기)은 아직 부임한지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기인사 시기에 이동한 것이 아닌 동원 형식의 원포인트 인사였기 때문에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 출신으로 신희철 대전청장의 퇴직으로 공석이 되는 대전청장에 부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현재 행시 출신으로만 가득찬 1급에 도전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광종 중부청 조사3국장(67년·전남광산·세무대5기)은 '광주청장 부임설'이 가장 많이 나온다. 출생지를 상당부분 반영하는 광주청의 특성상 박 국장이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는 것. 박 국장은 전남 광산에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했다.
한편, 차기 대구청장은 '오리무중' 상태다. 광주청과 마찬가지로 출생지에 민감, TK나 PK출신 중 퇴직연도가 얼마 남지 않은 인물이 대구청장으로 임명되곤 했는데, 현재 고공단 가운데선 마땅한 후보가 없기 때문. 이에 인천청장에 임명됐다가 본청 국장으로 이동한 민주원 개인납세국장과 같이 대구청장에서 다음 행선지를 준비하는 케이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태호 현 국세청 자장의 경우도 대구청장에서 차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