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국 제조업 부상... 이병진의 한국경제 진단은

중국전문가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②

“중국 제조업 많이 성장, 한국 제조업 경쟁력 잃어”

“반도체 및 국가인재 등에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세계에 나와 있는 모든 기성품은 중국이 다 만들 수 있다. 한국이 제조업 부분에서는 중국에 비해 경쟁력 있는 게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야를 초월해 반도체에 집중하는 거다. 또 국가 경쟁력은 결국 인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

중국 전문가로서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경제 노선과 관련해 이와 같은 진단을 내놨다.

30여년 동안 흑자였던 대중 무역수지가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 제품의 급부상으로 국내 업계가 위기에 닥쳤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신품질 생산력이라는 기치 하에 전기차·인공지능(AI)·드론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이는 밀접한 관계를 맺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 발전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해당 사안에 대해 중국 전문가로서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중 무역이 30년 동안 흑자를 유지했는데 최근 적자로 바뀌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해야 하나. 또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을 경쟁 상대로 보기보다는 하위 파트너 정도로 여기는 듯하는 우려도 나오는데.

30년의 성장 속에서 한국이 7천억 달러의 흑자를 봤다. 그런데 작년 한 해만 중국과 무역에서 24조의 적자를 봤다. 그 원인은 첫 번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체계 재편이 크다. 세계 반도체 40%를 중국이 소비하고 미국이 27%를 점유한다. 근데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량이 격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한 21%를 차지했다. 달러 베이스로 한 1300억 달러쯤 된다. 그런데 작년에 반도체에서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천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10조 5천억원으로 1400% 흑자 전환이 됐는데,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 반도체 수출을 못해서 그랬던 거다.

미국 공급망 재편의 이름으로 많은 제한사항이 있다. 범용 반도체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다 만들지만, 우리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을 못하게 했었으니까... 지금 12나노까지는 풀린 것 같다. (중국 측에서) 3나노 같은 건 아직 그 수준에 갈 수 없고 수율도 많이 안 나오니까.

또한 현 정권의 대중국 홀대 정책도 얘기해야 한다. 의도적 무시 정책, 즉 우리가 한 번 미국 쪽으로 완전히 가서 버티면 중국이 우리를 달리 대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이는 오산이었다. 그런 부분들도 기인했다.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수교 이후에는 상호의존성이, 서로 보완성이 있었다. 상보성이 있었던 거다. 우리가 부품 같은 소·부·장을 일본에서 가져와서 중국에 중간재 부품을 보내주면, 그걸 가지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서 세계에 수출하는 삼각 체제가 완성돼 있었다.

다만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중국에서 알게 된 거다. 미국이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중국은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중국은 한국에서 부품과 소재를 도입하는 게 국내에서 쓰는 것보다 더 퀄리티가 높고 가격적으로도 나았다. 그래서 상품 생산에 있어서 수출 코스트에 마이너스가 안 됐기에 한국에서 다 수입해 갔었다. 그래서 중국은 우리의 제1무역대국이었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3대 무역대국이었다.

한국에서 물건 가져가면 퀄리티도 높고 더 쌌는데, 미국이 그렇게 나오면서 한국이 소재·부품·장비를 안 주니까 중국 정부는 보조금 주고 해서 개발했다. 중국은 이제 웬만한 건 A부터 Z까지 다 만든다. 드론부터 스쿠터, 리모콘까지 해 중국에 못 만드는 게 없다. 세계에 나와 있는 모든 기성품은 중국에서도 다 만든다는 거다. 그래서 사실, 한국이 중국과 경쟁력을 가진 건 반도체밖에 없다고 본다. 첨단 반도체밖에.
 


Q. 특히 한국 제조업이 중국 제조업에게 많이 따라 잡혔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경제는 어떻게 대응에 나서야 할까.

경쟁력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암울한 거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반도체에 집중해야 하는 거다.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어서 대만, 미국, 그리고 중국·EU는 전력과 용수도 국가가 책임져 준다. 우리는 사기업이니 알아서 하라 그러지 않나. 일본도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니네가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개발(R&D) 예산도 깎여버렸다. 내년도에 복원될 거로 보이지만 이거는 자충수를 뒀다. 큰 실패작이다. 인재 한 사람이 100만명 먹여 살린다고 한다. 자원 빈국인 만큼 결국 국가 경쟁력은 인재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인재에 투자해야 하는 거다. 그것이 R&D고 과학기술인데 이걸 1년 동안... 다른 타임 스케줄에 의거한다면 3~5년을 우리 스스로 지체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제 계속 흑자를 유지하기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으로 계속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다. 근데 이번에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미국에 한 700억 달러에 중국에 한 730억 달러 정도를 상반기에 흑자 냈던 것 같더라. 거기에 우리나라 반도체가 엄청나게 기여했다고 보면 된다.

그다음 석유화학 같은 게 그나마 경쟁력 있었는데, 중국이 기술을 다 따라왔다. 조선도 철강도 이제 우리가 물려줬다고 봐야 한다. 그다음 항공산업, 내가 유학할 때만 해도 석유화학·반도체·자동차·철강·항공 이렇게 5개를 비교 우위 갖고 적극 투자하자고 했지만, 한국은 정권이 계속 바뀌면서 집중을 못했다. 근데 중국은 여기에 집중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여객선도 중국이 만들어서 국내 시운전도 다 했다.

Q. 22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소속이 외교통일위원회가 아닌 농림축산해양수산부다. 혹시 이유가 있나.

원래 내가 교수 출신이라 외교·안보나 교육위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평택은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30년 동안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다. 내 지역구 평택을은 도농복합도시고 8개 읍면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농촌 지역과 평택항이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농림해양수산위원회로 가라는 지역민 니즈가 강했다.

일단 (상임위 활동을) 해보니까 50여개 기관이 있는데 우리 지역과 다 연관된 기관이다. 또 평택항은 제3대 국책항으로 개항했음에도 지금은 5위로 포지셔닝이 돼 있다. 그래서 평택항을 3대 국책항, 부산·여수·광양항 다음으로 키우는 데 일조하려고 한다.

우리가 무역 대국인데 99.7%를 배를 통해 수출입한다. 그런데 부산·광양은 포화상태다. 수도권 2600만명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 평택항이다. 그리고 대중국 수출의 전초항이 될 수 있다. 중국과 290km밖에 직선거리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여야가 상당히 협력적 분위기다. 여당 의원들도 상당히 중진이다. 이만희·이양수 의원이라거나, 경상도에서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굉장히 인기 상임위원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더라.

Q. 외교 분야 국회 활동은 어떻게 이어가실 계획인지. 4년 의정 활동에서 장기 목표도 궁금하다.

전날(6일) 위성락 대사가 주최한 한중 관계 해법에 관한 토론회도 참여했다. 외교 관계는, 특히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앞으로 계속 전문성 제고시켜 나갈 거다. 공부도 계속할 거고. 또 내가 가진 중국 인맥을 잘 활용해서 중국과 예전 관계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 역할 하려고 한다.

또, 농림해양수산 쪽 입법 포럼도 하겠지만,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해서도 정책토론회도. 농림·해양·한중관계 하나씩 입법토론회 내지 세미나를 하나씩 하려고 한다.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정책자료도 발간하겠다.

내가 정치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다. 국가연합이 가더라도, 남북이 두 국가가 돼서 살아가더라도, 전쟁만은 막는 거다. 무력 충돌만은 막는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게 내 장기적 목표다. 그 일환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그들과 소통·대화 창구를 복원하는 데 일조하고 싶은 게 꿈이다.

국민의 삶 제고에 나서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하는 거다. 국민을 대변하고 지역을 대변하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역할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그러면서 민족사적·역사적 과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 궁극 목표다.

2차 대전의 패전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이 두 동강 나야 되는 전범 국가인데 한반도가 두 동강 났다. 이런 것 또한 우리 정치 세력 간의 충돌 및 우리 지도자들의 오판에서 온 내재적 요인이다. 그런 내재적 요인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이병진 의원은?

전직 대학 교수이자 22대 국회의원. 그는 평택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중국 북경대를 졸업했다. 북경대 졸업 후 평택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병진 의원은 지난 3월 대중국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외교·안보 특보에 임명됐다. 이후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이 의원을 내부인재로 발탁해 경기 평택을에 전략공천했다. 22대 국회 전반기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