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회장 직접 나서 350억원 부정대출 사태 입장 밝혀

임종룡 회장 "고객님께 송구...환골탈태 계기로 삼을 것"

"부당한 지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 처신,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 원인...절박한 심정으로 올바른 기업문화 만들 것"

조병규 행장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은 무관용 원칙 적용"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2일 350억원 부적정 대출 건과 관련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금융사고 발생에 이어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이 금융당국발(發)로 터져나오면서 시장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고 경영자로서 사태 수습에 직접 나선 것으로 읽힌다. 임 회장이 주재한 이날 그룹 긴급 임원회의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지주사 및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에 대해 사과한 뒤,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도 밝혔다.

임 회장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 및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껍질을 깨는 아픔'의 교훈을 언급하면서 "우리금융이 진정한 위기에서 선도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행태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아픔을 함께 견디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어 "경영진이 잊지 않는 한,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금융은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천명했다.

조병규 은행장은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행장은 특히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통해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행장은 이날 오전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건의 관련인 대한 면직 등 인사 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밝혔다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 다음은 임종룡 회장의 긴급 임원회의 메시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셨던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또한, 최근 우리금융 임직원이 한마음이 되어 상반기 영업성과를 이루고, 철저한 내부통제와 새로운 기업문화를 이루고자 혼신의 노력을 함께하고 있는 상황에서 횡령사고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깊은 실망감을 느낄 현장의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낍니다.

금년 초 문제를 인지하고 덮거나 비호함 없이 자체적으로 바로 잡아보고자 했으나, 지금과 같이 상황이 확대된 점에 대해서는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이 모두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불합리한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불합리한 관계,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여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채권회수를 신속하게 철저히 집행함으로써 우리가 입어야 하는 손실을 최소화해 나가도록 관련 부서는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조치된 제도개선의 추진상황과 성과를 재점검하고, 예정된 추가 개선조치는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합니다. 감사부서는 이미 조치된 제재 외에 감독원 혹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추가 위규자에 대해서는 규정상 최대의 제재를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의 보완, 제도의 개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입니다. 업무처리는 철저히 원칙과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자세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상·하 간의 관계에선 밀접한 소통의 과정을 늘려가면서도, 부당한 상사의 지시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와 같이 원칙에 따라 처리한 직원은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합니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이러한 신뢰는 우리금융 임직원 모두가 확고한 윤리의식을 가질 때만 얻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우리금융 계열사 전체의 윤리의식을 높이고 올바른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들을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해서 시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건으로 실망감이 컸을 직원들에게 위로와 사기 보전을 위해서도 경영진이 적극 나서주기 바랍니다.

은행장께서 직접 전 직원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앞으로 해나갈 일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조합에서도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도 해주기 바랍니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진정한 위기에서 선도금융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과 행태에서 깨고 나오는 아픔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아픔을 함께 견디어 나가기를 호소드립니다. 이를 경영진이 잊지 않는 한,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금융은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