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부자 부모’ 있어야 간다…한은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

고소득층 학생이 상위권대 입시에서 자신의 잠재력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이 확인됐다.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6일 'BOK 이슈노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에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하며 이를 통해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문제로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심화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 부족 ▲인구집중 및 저출산·만혼, 학생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 저하 등을 지적했다.

그동안의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주었으며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소득층(월소득 800만원 이상, 97만원)은 저소득층(월소득 200만원 미만, 38만원)의 2.6배 수준에 달했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104만원)는 읍면지역(58만원)의 1.8배 수준이었다.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상위권대 입학생의 서울 출신 쏠림현상을 유발했다.

2010년 소득수준별 상위권대 진학률을 살펴보면 소득 5분위(5.9%)는 소득 1분위(1.1%)보다 5.4배 높았다.

2018년 일반고 졸업생 분포를 보면 서울출신 학생은 전체 졸업생 중 16%, 서울대 진학생 32%를 차지했다. 강남 3구 학생은 전체 졸업생 중 4%, 서울대 진학생 12%에 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정종우 과장, 이동원 실장, 국립부경대학교 김혜진 교수는 "두 가지 실증분석을 시행한 결과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중심지 거주를 통해 고소득층 학생이 상위권대 입시에서 자신의 잠재력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주로 설명되며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입시의 지역 편중으로 주요 상위권대에서 서울 출신 학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지역적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에 진학한 고3 학생 비중을 살펴보면 서울은 2000년 0.9%에서 2018년 1.3%으로 상승한 반면 지방광역시는 2000년 0.7%에서 2018년 0.5%로 떨어졌다.

한은은 지역적 다양성의 부족은 대학 내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포용성 등의 교육적 토대가 약화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위권대를 향한 교육열은 사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려는 선호로도 이어져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교육열은 또한 교육 및 양육비용을 증가시켜 젊은 세대가 출산과 결혼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 청소년의 경우 입시경쟁 및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도와 정서 안정감이 낮았고 대학생의 경우 과도한 입시경쟁이 재수생 증가, 번아웃 유발, 직업·전공 불일치 등으로 이어져 취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은은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한은은 "여러 차례의 대입제도 개편에도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도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악순환'(vicious circle)을 빠르게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에 의하면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의 추진을 적극 수용하고 필요에 따라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사후적으로 대학이 대입전형계획을 준수하고 입시비리 등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 기대효과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 완화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 ▲구조적 사회문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 시행으로 지역별 서울대 진학률이 잠재력 기준 진학률에 근접해 'Lost-Einsteins'(잃어버린 인재) 현상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 합격자 비율이 고3 학생 비율의 '0.7배이상 1.3배이하'가 되도록 규칙 적용 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진학률 간 격차가 현재보다 6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지역별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기준 진학률 간 격차 평균: 실제치 대비 0.14%p→0.05%p).

한은은 "기존의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성적이 타 전형 학생과 대등하다는 사실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잘 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통한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는 개인적으로는 대학생의 역량 발전을 촉진하고 사회적으로는 포용적이고 공평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하고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의 정서불안을 줄이고 교육성과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인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Talent is Everywhere, Allen 2015)는 관점하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한다"며 "제도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우리나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