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결정…전문가 "물가안정, 경기 적극적 부양 필요"

올해 마지막 금통위, 기준금리 연 3.00%로 '깜짝 인하'

전문가 "물가안정, 내수부진, 가계부채·부동산가격 둔화…인하 여건 마련"

"강달러 기조이나 물가, 경기, 부동산, 가계부채에 조금 더 무게"

3년 2개월 만에 긴축적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 pivot)에 나선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미국의 정책여건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는 있으나 목표수준을 하회한 물가상승률, 수출 둔화 및 부진한 내수로 인한 경기회복 지원, 가계부채 증가세 및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 등 금리인하 요건이 마련되어 경기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1.2%로 1%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1.8%로 안정된 흐름을 지속했다. 한국의 9월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6월(125억6000만달러 흑자) 이후 최대이며 9월 기준으로 역대 3위를 달성했다.

10월 은행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고,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지속, 수도권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내년 정권을 시작하면 공약에 따라 매우 확장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트럼프 2기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되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25bp 인하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내년 1월 동결 등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봤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무엇보다 '물가'가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한은은 지난 5일 개최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는 지난해말 유가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조치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향후 물가 경로는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통위의 결정은 견조한 경상수지 개선 흐름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7일 '2024년 9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2024년 1월에서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46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면서 "2015년과 2016년 같은 기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730억달러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내년부터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환율이 1400원까지 많이 올랐지만 환율이 수출 증가에 예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수입 쪽에서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무역수지 등이 조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최근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가계부채 증가세,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광석 "12월 금통위 회의 없어 내년 1월까지 기다릴만한 여유 없을 수도"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방향에 있어 고려하는 세 가지 요소는 물가안정, 경기안정, 금융안정"이라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1.6%, 1.3%로 물가목표치 2%대를 밑돌며 하락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원물가는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다시 상승할 경우 되돌려 놓기가 힘들다"면서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라는 판단이 설 수 있게 해주는 근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은 이대로 금리를 인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이 더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역시 경기부진, 특히 내수부진은 심각하다"라며 "KDI, IMF 등 주요 기관들도 잇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듯이 한국경제의 내수경기가 좀처럼 부양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해서라도 경기부양을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은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하면서 9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되며 과열 조짐이 조금 완화됐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되는 흐름"이라며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 환율이지만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달러 독주 체제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2월엔 금통위 회의가 없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다라고 판단해 금리인하 단행을 결정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달러의 뉴노멀 현상임을 인정하고 물가, 경기, 가계부채, 부동산 등 더 위중한 요소에 조금 더 무게추를 실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