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16일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진 분열과 반목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세력, 정치질서의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신의 외곽 조직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개최한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를 통해 집권하려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는 미래지향적 자세가 손학규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범여권 대권주자인 고 건(高 建) 전 총리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중도 성향인 손 전 지사가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에 고무돼 중도세력 규합을 통한 '제3의 정치세력' 구축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
여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중도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온 데다 최근까지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 대에 머물러 돌파구가 필요했던 만큼 범여권과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중도 성향의 지지세력을 떼어내 새로운 정파를 만들고 그 리더로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손 전 지사가 "여권의 이합집산 조짐은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우리 정치의 망국적 요소인 지역주의를 극대화하는 길로 가고 있다. 지역 패권주의에 기대어 권력만을 차지하려는 반역사적 과오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도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는 "어느 정파,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해도 갈등과 반목의 지역주의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측은 "이날 연설 원고는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어젯밤 완성한 것"이라며 정치권의 해석을 정면 부인했다. 핵심 측근은 "'새로운 정치'란 말은 제3의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손 전 지사는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느냐를 가름하는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라며 "통합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며 사실상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했다.
돼지띠인 그는 자신을 '황금돼지 손학규'로 부르면서 "600년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를 가져오는 만복이 여러분 가정과 일터 위에 가득하길 기원한다"고도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와 함께 국가 생존전략으로 구상해온 공약 성격의 '21세기 광개토전략'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성 등을 통한 글로벌 경제협력 ▲글로벌기업 10개 육성 ▲글로벌 인재 10만명 양성 등이다
이날 행사는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박관용(朴寬用) 전 국회의장, 권오을(權五乙) 이경재(李敬在) 홍준표(洪準杓) 고흥길(高興吉) 박진(朴振) 박형준(朴亨埈) 차명진(車明進) 의원 등 정치인과 각계 지지자 및 후원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캠프 출정식'처럼 치러졌다.
또 '100일 민심대장정' 당시 손 전 지사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 100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손 전 지사는 강연 도중 이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애정을 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