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발언하면 해고하라"…경제전문가 입단속 나선 中

당국, 투자자의 신뢰 높이는 데 긍정적 역할 주문

협회, 금융사에 이코노미스트 관리 체계 보고 지시

중국 정부가 경제 전문가들에게 중국의 경제에 대한 부정적 논평을 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려 국내외 투자자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증권협회(SAC)는 최근 회원 금융사에 수석 경제학자들의 공개 발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보냈다. 중국증권협회는 증권업계 단체이자 자율규제기관으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SAC는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경우 회사는 중징계에서 해고까지 해야 한다"면서 "당과 국가의 국정 방침을 정확히 파악하고, 당과 국가의 노선·방침·정책을 홍보하고 해석하며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통지를 내린 날부터 20영업일 안에 각 회사에서 제정한 수석이코노미스트 관리 체계와 시행 상황을 협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부적절한 언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WSJ는 경기 부진으로 중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비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지침이 나왔다고 전했다. 새 지침을 전달받은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은 부정적 논평이나 비판에 대한 표현을 피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되면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전문가들에 대한 당국의 검열은 이미 중국에선 익숙한 상황이다. 지난해 싱크탱크 연구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은 "경제 관련 소식을 긍정적으로 전달하라"는 당국의 압력을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SDIC증권의 가오 샨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컨퍼런스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일자리에 실망해 생활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가 위챗(중국 모바일 메신저) 계정이 차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지표의 신뢰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