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硏, '국내 은행의 밸류업계획 평가와 시사점' 논단에서 밝혀
정부 밸류업 PG 벤치마킹 대상인 日은행 밸류업 계획과 비교 분석
韓, 주주환원 강화에 상당한 비중...장기적 관점 균형 잡힌 접근 필요
"'장기적 성장 및 수익 제고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할 것" 제언
◆…한국금융연구원 현판［홈페이지 캡처］
국내 상장 은행지주 및 은행은 모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 중인 가운데 국내 은행의 성공적인 밸류업을 위해서는 '주주환원율 목표 재검토', '장기적 성장 및 수익 제고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KIF) 권흥진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국내 은행의 밸류업계획 평가와 시사점' 제목의 논단을 통해 "국내 은행의 밸류업계획은 '주주환원 강화', '위험가중자산 관리', '수익성·성장성 개선을 통해 목표 자기자본수익률 달성'을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권 연구위원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5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지향하며, 보통주자본비율 구간별로 이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일본 은행의 밸류업 계획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 은행은 주주환원율을 크게 다루고 있지 않다"며 "ESG 대응을 통한 성장성 제고와 자본비용 절감 등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밸류업 계획 공시와 계획이 강조하는 주주환원 강화는 자본시장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도 "오히려 금융주 전반에 대한 재평가 및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가 혼재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KRX 은행 지수는 37.9% 상승해 한국거래소의 17가지 섹터 지수 중 가장 크게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수익률 2, 3위를 차지한 KRX 보험 지수와 증권 지수 중 보험 지수에 속한 회사는 어느 곳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이 판단된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은 해외 주요 은행 대비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권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2024년 11월 말 기준 KRX 은행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으로, 미국 및 일본의 주요 은행 대비 현저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및 신탁은행 등을 제외하고 총자산 규모 순으로 선정한 미국 10대 상장 은행의 평균 PBR은 1.33으로, PBR이 가장 낮은 씨티은행조차 0.71 수준"이라며 "같은 기준 일본 8대 상장은행은 평균 0.86의 PBR을,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우정은행조차 0.58의 PBR을 기록해 국내 은행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이 주식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에 국한되지 않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일본 은행의 밸류업 계획과 비교해 분석했다.
우선 국내 은행들이 올해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시한 밸류업 계획의 공통적인 핵심인 ▲주주환원 강화 ▲위험가중자산 관리 ▲수익성·성장성 개선의 3가지 방안은 서로 맞물린다고 짚었다.
즉,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는 ROE의 분모를 낮춰서 ROE를 올리고, 적절한 위험가중자산 관리는 보통주자본비율을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에 기여, 또한 상대적인 수익률이 높은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을 높이거나,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성장성을 개선해 ROE 개선을 가속화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3가지 방안을 통해 9%~10% 이상의 ROE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상장 은행지주 및 은행의 2023년 ROE가 6.4%~10.8%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일부 은행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계획의 핵심 목표가 ROE로 측정된 수익성이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방안이 자본적정성을 일정목표 내에서 유지하는 가운데 주주환원율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이러한 목표가 국내 은행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 연구위원은 일본 은행의 밸류업 계획은 국내 은행보다 접근성 및 충실성에서 다소 열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Prime 시장에 상장된 68개 은행 중 66개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자산규모 기준 일본 8대 상장은행 중 7개 은행이 IR 자료 또는 연차보고서에 밸류업 계획을 수록했고 일본우정은행만 별도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일본 은행의 밸류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을 국내 은행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일본 은행은 목표 주주환원율을 40%(일본우정은행만 50% 제시)로 설정한 게 국내 은행 목표(50%)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 은행은 자기자본비율 목표 등과 연계된 주주환원율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밸류업 계획에 주주환원율 목표 등이 아예 포함되지 않은 은행도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목표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밸류업 관련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주환원이 더 강조된 데서 기인하였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일부 일본 은행은 밸류업을 위해 ESG 관련 대응방안을 성장성 및 자본비용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밝히고 있다"면서 "또한 밸류업 계획 및 중기경영계획 등에서 향후 경영 방향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해외진출 등을 통한 은행업 성장·수익성 강화, 디지털전환, 비용구조 개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관련 구체적인 계획과 이로 인한 (생산 대비)비용 감축, 인력 조정 등에 대해 소개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비록 비즈니스모델의 향후 방향성, 디지털 전환과 ESG 등 지속가능한 성장과 관련한 내용의 구체성, 충실성, 밸류업 계획에 포함되었는지 여부 등에 있어서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8개 은행 모두 이 부분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고 부연했다.
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밸류업 계획은 주주환원 강화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으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 정책은 먼저 현재의 목표가 적정한지를 면밀히 고찰한 후, 잠재 부실을 염두에 둔 자본적정성과 해외진출 등 향후 투자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올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차적으로 일본 사례처럼 40% 수준이 좋겠다는 제언이다.
그는 OECD 주요 회원국 은행지주의 2021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49.2%로, 이 중 평균 주주환원율이 각각 69.0% 및 71.5%에 달하는 미국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평균적으로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 및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 및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은행도 노력해야 하지만 금융당국도 데이터 등으로 충분히 정당화되지 않는 배당 자제 권고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