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재고 2021년 이래 가장 빠르게 소진…한파도 기여
러 외무부 "유럽, 美경제 위해 자국 시민 안녕 희생"
美천연가스 가격 지난 30일(현지시간) 16% 폭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 천연가스(LNG) 가격이 1년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로이터>
우크라이나 경유한 러시아 가스 수출이 계약 만료에 따라 새해 첫날 전면 중단된 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4개월만 최고치로 급등했다.
2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의 기준치가 되는 네덜란드 TTF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가스 수입이 중단된 후 3% 이상 급등해 메가와트시당 51유로에 거래됐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1일부로 만료된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의 운송 계약 갱신을 거부해 왔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경유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수십 년 만에 종료됐다. 이는 유럽연합(EU) 천연가스 수입량 중 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가스 인프라는 러시아산이 아닌 가스를 공급할 만큼 유연하다"며 "2022년 이후로 천연가스 수입 능력이 상당히 강화됐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유럽이 당분간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유럽의 가스 재고는 2021년 이후 가장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현재 재고율은 약 75% 수준이다. 최근 몇 주간 유럽 전역에 걸친 이례적인 한파도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가스 인프라 관련 산업 단체 '가스 인프라스트럭쳐 유럽'에 따르면 보충 시즌이 끝나는 9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EU 내 저장소 가스양은 약 19% 감소했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분석가는 "EU가 이번 겨울을 저조한 가스 저장 수준으로 끝낼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다시 채우는 데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로뉴스는 가스 가격이 연간 50% 이상 급등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유럽의 가스 대체 노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블록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가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가스 공습 중단으로 미국만 혜택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력 있고 친환경적인 러시아 에너지 공급 중단은 유럽의 경제적 잠재력뿐 아니라 유럽인의 생활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미국, 우크라이나의 꼭두각시 정권,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자국 시민의 안녕을 희생한 유럽 당국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 인도분 선물 가격 종가는 16% 폭등하며 사상 최고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로이터는 이번 계약 만료로 우크라이나는 연간 약 10억달러의 운송 수수료 손실을, 러시아는 약 50억달러의 가스 판매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