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정부보조금 무색하게 적자 지속
잘못된 투자 더해져 적자 폭만 키워
인력 감축에도 인당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
■ 전시도 없고 임대료도 안 낸 나비, 운영손실은 눈덩이
아트센터나비미술관은 감사보고서와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가 불일치하는 등 부실공시가 이어졌던 2020~2022년을 포함해 최근 5년간 연이은 적자를 내며 경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통합 사업손실은 2019년 4억9300만원, 2020년 16억9200만원, 2021년 13억3900만원, 2022년 14억6900만원, 2023년 14억3300만원으로 5년 동안 지속됐으며 당기운영손실은 2020년 6억8000만원, 2021년 9억8800만원, 2022년 23억200만원, 2023년 16억6200만원 등 최근 4년 내리 적자로 집계됐다.
공교롭게도 SK그룹의 기부금이 끊긴 뒤 아트센터나비의 적자 운영이 시작됐다. 2000년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에 입주했던 아트센터나비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패소하며 올해 10월 떠났다. 사옥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나비가 퇴거하지 않은 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고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SK쪽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아트센터나비의 장부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미지급금이 2022년 9억7100만원, 2023년 12억7000만원으로 잡혔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그룹사의 기부금은 2017년 30억4000만원, 2018년 27억원 등 수십억원 규모로 이어지다 2019년 1억7800만원을 끝으로 더이상 아트센터나비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트센터나비는 사실상 SK그룹사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이 이뤄졌던 모습으로 2018년 기부금과 보조금, 기타사업 매출을 모두 합한 사업수입이 44억2000만원에 달하며 17억6800만원의 사업이익을 냈다. 반면 SK그룹 기부금이 크게 줄었던 2019년 보조금 9억7500만원에 기타사업매출 26억5300만원이 더해져 총 38억원의 수입을 거뒀음에도 4억원대 적자를 봐야 했다.
2020년부터는 정부보조금만 공익사업에 활용한 모양새다. 2020년 보조금수익 7억4900만원, 공익사업수행비용 7억7400만원에 이어 2021년 보조금 8억2300만원, 공익사업수행비 8억2300만원으로 감사보고서에 기재됐다. 2022년에도 보조금 5억5000만원, 공익사업수행비 5억50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작년에는 보조금 3억6500만원에 사업수행비 3억3800만원으로 계상됐다.
기타사업매출은 2020년 6억800만원, 2021년 1억1600만원, 2022년 2900만원, 2023년 2200만원으로 급감해 적자 운영이 불가피했던 반면 임직원 인당 평균임금은 상승했고 운용하는 금융상품의 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트센터나비의 인건비의 경우 2018년 임직원수 26명에 공익·기타사업 합계 인력비가 9억48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3600만원의 연봉을 기록했으나 사업이익 적자를 봤던 2019년의 경우 임직원 18명에 인력비 10억2300만원을 계상해 평균 57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2021년 17명, 2022년 16명, 2023년 14명으로 임직원수가 지속 감소했지만 2021년 합계 인력비 6억9100만원(평균연봉 4100만원), 2022년 인력비 8억2300만원(평균연봉 5100만원), 2023년 인력비 7억6200만원(평균연봉 5400만원) 등으로 이어졌다. 적자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인력 감축이 이뤄졌음에도 인건비는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전시 등 공익법인이자 미술관 본연의 사업 운영은 뒷전인 행태를 드러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 초에는 2019년 입사한 비서가 5년간 2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고소하는 사건도 벌어졌는데 이 시기는 의혹투성이 재무제표와 적자 경영이 지속됐던 시기와도 같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해 12월 18일 "아트센터나비가 매년 국민혈세 7억원의 보조금을 받았으나 방만 경영뿐 아니라 횡령 의혹도 강하게 제기된다"면서 문화관광체육부에 이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아트센터나비가 지난 5년간 서린사옥에서 전시를 230일, 1년 평균 46일만 전시회를 개최한 것에 그쳤는데 이는 정부보조금 수령을 위한 형식적 운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5년 동안 34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았으나 누적 적자가 48억원에 달하고 자산도 급감한 가운데 "직원 횡령사건과 미지급 소송 건 등을 감안할 때 내부적으로 자금운영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며 전시활동도 없고 임대료도 수년간 미납된 상태로 운영됐던 아트센터나비가 많은 지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 '19년 금융상품평가익 12억→'20년부터 내리 적자로…투자상품·손실내역 등 따져봐야
아트센터나비는 본연의 목적사업을 뒤로 하고 의문이 남는 투자에만 집중한 행태도 드러냈다. 잘못된 투자가 이어지며 금융상품평가손실도 지속 나타나 적자 경영 행보를 밟았던 모습이다.
2019년 통합 126억9400만원의 유동자산 중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1억8700만원에 그쳤으나 단기금융상품이 110억8300만원에 달했으며 당시 12억4500만원의 금융상품평가이익을 바탕으로 4억9300만원의 사업손실에도 불구하고 당기운영이익은 8억4600만원으로 흑자를 봤다.
이후 대부분의 사업이 보조금으로만 운영되기 시작했던 2020년 금융평가손 19억원에 이어 2021년 4200만원, 2022년 8억9300만원으로 손실이 지속된 반면 금융상품평가이익은 3년 내내 0원에 그쳤다. 2023년에는 4억800만원의 금융상품평가이익이 계상됐지만 평가손실액이 10억8400만원 수준이었다.
보유 중이던 현금 자산은 2022년 80억7800만원 규모에서 2023년 6억5000만원으로 감소했고 단기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69억9200만원으로 불어났다.
2019년 127억원에 달했던 유동자산은 2023년 77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자산총계도 2019년 194억원 지난해 146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손실이 수십억원대로 커지고 있음에도 아트센터나비의 명확한 투자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최근 5년 국세청에 공시한 결산서류 내 주식등의출연·취득·보유및처분명세서는 아무런 내역도 기재되지 않은 채 깨끗하게 비어있어 보유 주식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 주석에서도 단기금융상품의 내역이나 금융상품평가손익과 관련된 내용이 표기돼 있지 않다.
이에 아트센터나비가 평가액 등락이 큰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보유 주식이 없고 일반적인 현금성자산 상품(예적금, 채권)으로는 큰 폭의 손실을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트센터나비의 불투명한 투자행보 속 최근 노 관장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비즈한국은 노 관장이 2018년 'nabicoin'이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출원했고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동명의 암호화폐도 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암호화폐 'nabicoin'과 아트센터나비의 나비(nabi) 영문표기가 일치하고 암호화폐 'nabicoin'의 홈페이지에도 곤충 나비(butterfly)의 이미지가 사용된 만큼 nabi가 한글 나비에서 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 'nabicoin'과 상표권 출원자 노 관장의 직접적인 연관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노 관장은 지난 2018년 8월 20일 'nabicoin'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듬해 7월 18일 등록된 이 상표권은 '전자화폐 기능이 내장된 IC카드, 내려받기 가능한 전자화폐용 컴퓨터프로그램' 등 제09류와 '전자화폐 기능이 내장된 IC카드 도·소매업, 내려받기 가능한 전자화폐용 컴퓨터프로그램 중개업'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제35류 외에도 '가상통화 중개업, 사이버머니발행·환전·충전중개업, 통화거래업' 등 가상자산 발행·이체·중개 등을 위한 제36류로 분류·등록됐다.
한편 환수위는 "노 관장이 정부지원금을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금융투자로 수억원의 손실을 보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2022년 현금 자산이 급감한 반면 단기금융상품이 늘어난 것은 노 관장이 나비를 이용해 거액의 현금을 금융투자에 쓴 것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미술관이 금융투자에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수십억원의 정부지원금 사용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