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 무효인 영장, 강압적 절차"… 개탄스럽다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지지자들 향해 감사 전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10시 33분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직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동영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됐다.
공수처는 15일 오전 10시 42분쯤 공지를 통해 "공조수사본부는 15일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알렸다.
이날 새벽 4시를 조금 넘은 시간부터 약 6시간에 걸친 체포영장 재집행이 마침내 윤 대통령 체포라는 결과물로 실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한 날로부터 44일만이다.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부됐고, 공수처는 지난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약 5시간 30분만에 철수한 바 있다.
이후 1월 7일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마침내 1월 15일 새벽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조본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궤변으로 일관됐다.
무엇보다 법원의 영장발부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법 시스템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으로 대통령으로서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야낸다.
윤 대통령은 "이 나라의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의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번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1차 영장발부와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다시 2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과정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를 인정해서 체포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 수사지만 공수처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며 공수처 수사 역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이 마지막 공수처로 이동하면서까지 이런 메시지를 남긴 이유는 아마도 지지자들을 규합해 이후에 벌어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검찰의 내란 혐의 수사 과정 전체에 대해 불복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한 나라의 사법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이런 태도와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충격스럽게 다가온다.
더구나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 인사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무색할 정도다.
공수처의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전문]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