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이민자·성소수자에 자비를"…트럼프 "급진 좌파"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와 성 소수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설교한 성공회 주교를 맹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22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21일 오전 전국 기도회에서 설교한 주교는 강경한 급진 좌파이자 트럼프의 혐오자였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버드 주교)는 매우 불손한 방식으로 자신의 교회를 정치계로 끌어들였다"면서 "그의 어조는 형편없었고 설득력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미국 시민들을 죽인 수많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언급하지 못했다. 이민자들은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나온 사람들이며,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범죄의 물결"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부적절한 발언 말고도 예배 행사는 매우 지루하고 영감을 주지 못했다"면서 "그는 자기 직업에 별로 능숙하지 못하다. 그와 그의 교회는 대중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행사를 기도회로 끝내는 것은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전날 버드 주교는 워싱턴DC의 국립대성당에서 취임 기도 예배 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마지막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며 "주님의 이름으로, 지금 두려움에 떠는 미국 시민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와 관련해선 "그들은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가 없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세금을 내고 좋은 이웃이다. 그들은 우리 교회와 모스크, 유대교 회당, 구르드와라, 사원의 충실한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 부모가 체포될까 두려워하는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전쟁터와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연민과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버드 주교는 이날 ABC '더뷰'(The View)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언급하며 분열과 양극화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버드 주교는 전날 자신의 설교에 대해 "나는 모든 인간의 명예와 존엄성, 정직과 겸손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통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비심과 연민,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 진실을 말하려 했다. 한동안 미국 사회에서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설교에 담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버드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 생각을 공유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대받진 않았지만 그러한 기회를 환영한다"며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할 것이다. 초대는 그가 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