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A용 대기업 대출 억제 방침
포스코만 자체 자금으로 인수 가능
정부의 대기업의 M&A용 기업대출 억제 방침으로 M&A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우조선해양 M&A전에서는 포스코가 우위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일 물가안정 차원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M&A용 자금 마련용 기업대출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는 민간 유동성 증가를 대기업의 M&A용 기업대출이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 사전에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포스코를 비롯해 두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STX그룹 등 5개 그룹이 인수 의사를 공식 표명한 상태.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너나 없이 달려드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규모나 실질면에서 인수 대상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 대우조선해양은 재계 22위 규모로 재계 순위에 지각 변동을 줄 수 있다. 특히 조선업 호황속에 연매출 8조원에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웃돌고 있어 군침을 돌게 하고 있다. 때문에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인수에 전력을 다하라고 의지를 북돋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계산속에 현재까지 가장 근접한 곳으로는 포스코가 꼽혀 왔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그룹화를 꾀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 들었는 데 후판 수요처 확보를 내세우고 있어 명분은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최근 몇년간 대형 투자나 기업 인수가 없어 재무구조나 자금동원력면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당장 가용한 현금은 10조원으로 인수예상가 7조원을 넘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한국중공업 인수 등 잇따른 중공업 M&A를 성공시키며 급성장해오고 있는 그룹.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축적한 M&A 경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도 큰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올 초 인수가격이 4조원이 넘는 밥캣을 인수하는데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빌려다 썼다. 따라서 두산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추가로 자금을 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화 역시 M&A를 통해 도약해온 기업.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서 인수을 독려하고 있지만 자금 여력은 7조원은 안된다는 평가. GS 역시 두산이나 한화보다 자금력이 나을 지 몰라도 7조원을 자체 자금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있다는 지적. M&A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STX그룹 역시 컨소시엄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의 M&A 대출을 억제할 경우 포스코를 제외한 그룹들은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외에도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등 산업은행 보유 기업들의 매각이 예정돼 있고 정부는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 인수전에서도 현금 보유 여부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