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억척스럽게 일해 수 십억원의 재산을 모은 70대 A씨는 최근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황혼에 접어들어 자신의 지난 인생길을 회고한 A씨는 재산을 좀 더 뜻깊은 곳에 사용하고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행히 먹고 살 만큼 기반을 닦은 자식들도 아버지의 재산이니 아버지의 뜻대로 재산을 처분하기를 바란다며 '공익법인 기부'를 제안했다. A씨도 이에 최소한의 재산만 남겨두고 나머지 재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키로 했다.
그러나 공익법인에 재산을 기부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망설여졌다. 기왕이면 더 많은 재산이 공익 목적에 사용되길 바랬던 A씨. A씨는 결국 세금 납부 없이 재산을 기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관할 세무서를 찾았다.
□ 공익법인 출연재산, 세금을 피하고 싶다면?=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에 출연하도록 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세금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시기'를 잘만 고르면 세금문제를 완벽하게 피해나갈 수가 있다.
현행 법에는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종교·자선·학술 기타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공익법인 등)에게 출연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신고기한 내 출연한 경우에 한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유지를 받들어 공익법인 등에 재산을 출연하고자 한다면 상속세 신고기한(상속개시일로부터 6월)내에 출연하면 세금을 내지 않고 고스란히 재산이 공익법인에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수가 있다.
만약 이 기간을 맞추지 못한 채 출연하면 좋은 일을 하고도 추후 (재산을 출연 받은 공익법인이)세금은 세금대로 물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한가지 챙겨야 할 부분은 재산을 출연하고자 하는 공익법인이 세법상 공익법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다. 세법상 공익법인이란 종교 보급 등에 기여하는 사업, 학교를 설립ㆍ경영하는 사업, 사회복지사업법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하는 곳을 말한다.
한편 정부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한 조세지원이 탈세수단이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익사업이 본래의 목적대로 충실히 수행되고 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를테면 상속인이 출연 받은 공익법인 등의 이사가 되거나 이사의 선임 기타 사업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 피상속인이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했더라도 상속세를 과세한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나중에 (상속세)신고불성실 가산세(10∼40%), 납부불성실(1일 0.03%) 가산세까지 더해져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