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업무감사결과…제 역할 못하는 곳에 인원, 예산만 늘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노트북컴퓨터를 전 직원에게 1대씩 지급하거나 임직원의 합숙소 관리비를 공사 차원에서 부담하는 등의 예산을 아무렇게나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채권회수율이나 지사 영업실적을 높인다는 이유로 4개의 채권관리센터를 설치했지만, 회수율이나 영업실적에 대한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센터 설치로 업무량이 줄었는데도 예산은 더 늘려 집행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10일~4월 18일까지 주택금융공사의 2006년 1월 1일부터 2008년 3월 31일까지의 업무 전반을 감사한 결과 이같이 불필요하게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21일 밝혔다.
□노트북 나눠주고, 임직원 아파트 관리비 내주고=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2006년말 업무용으로 직원 1인당 컴퓨터(데스크탑 또는 노트북)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노트북을 전 직원에게 1대씩 지급했다. 총 377대의 노트북을 사는데 쓰인 돈은 5억3400만원.
임차보증가능 금액을 조회할 수 있는 'e-개런티'와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인 'e-모기지'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사실상 공사 직원이 장소를 옮겨가며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노트북 지급은 불필요했던 것.
또한 정부산하기관에서 소유하고 있는 주택 관리비는 입주한 임직원이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금융공사는 임직원의 합숙소 관리비를 대신 내주고 있었다.
주택금융공사는 임직원의 연수훈련과 독신직원의 편의를 위해 금년 4월 현재 16채의 아파트를 21억8300만원에 임차해 운영하면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약 4년간 총 2억4399만3000원의 관리비 등을 냈다.
공사는 '자산관리규정'에 합숙소의 전력수도료, 연료비, 아파트관리비는 예산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경비로 부담할 수 있다'라고 쓰여 있기 때문.
지방전보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직원에게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임차사택을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에게까지 지급하는 등 임차사택대여제도가 무주택 직원에 대한 전세보증금 지원 수단으로 편법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9월 58명에게 50억3600만원 상당의 임차사택을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어 지방전보 등의 경우에만 제한 운영하도록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26명에게 추가로 대여하는 등 2008년 4월 현재 임차사택은 71채로 임차보증금은 80억1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성과 없는 채권관리센터 설립에 55억원 투자=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채권회수율과 지사 영업실적 향상을 목표로 4개의 채권관리센터를 설치해 특수채권 관리·회수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서울센터에는 수도권 4개 지사(영업구, 서울남부, 수원, 인천지사)의 채권회수 업무가 이관됐으며, 부산센터에는 영남권 2개 지사(대구, 부산지사)의 업무가 이관됐다.
그러나 회수율은 채권관리센터가 없었던 2005년에는 평균 2.55%를 기록했으나 2006년에는 1.26%로 절반이 줄어들었으며, 영남권 2개 지사가 담당했던 2006년에는 1.58%에서 채권관리센터가 담당했던 2007년에는 1.60%로 엇비슷했다.
또한 채권관리센터를 설치한 이후에도 설치 전과 마찬가지로 구상채권의 관리·회수업무가 주로 계약직원이 채권관리시스템 등의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처리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비슷한 업무를 하는 타 기관이 신용보증사고에 따른 대위변제와 구상채권 관리·회수를 동일 영업점 내에서 연계해 처리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채권관리센터 등의 별도 조직 운영은 불필요했던 셈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조직 운영에 작년 20억58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으며, 올해는 35억200만원의 예산이 집행돼 약 55억원의 예산만 낭비됐다. 또한 옛 기획예산처에서 승인된 인원의 5배를 넘겨 운영되는 등 예산 낭비가 심각했다.
한편 채권관리센터 설치로 지사보유 채권 업무가 센터로 이관돼 지사의 주요업무량이 상당 부분 줄었는데도 관련 지사의 인원과 예산 집행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수도권 4개 지사의 경우 인원은 2005년 49명에서 2007년 61명으로 24.5%(12명), 예산집행액은 2005년 47억6400만원에서 2007년 56억400만원으로 17.6%(8억4000만원)가 늘었다.
이렇게 인원과 예산집행액이 늘었지만, 수도권 4개 지사의 보금자리론 공급 등 영업실적은 2005년 17만9000여건에서 2006년 14만2000여건으로 오히려 21%가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