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사이에서 금융투자업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 중에서 LG, 금호아시아나, 한진 등을 제외한 대다수가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등의 금융투자업에 진출했다.
먼저 범 현대가(家) 2세들이 증권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그룹은 신흥증권을 인수해 HMC투자증권을 설립했으며 6남인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은 CJ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뛰어들었다.
두산그룹도 대주주 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두산캐피탈의 BNG증권중개 인수 승인을 받았다.
LG그룹에서 분가한 LS그룹도 LS네트웍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키로 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신동빈 부회장을 앞세워 증권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산운용업에서는 GS그룹과 LS그룹이 새로 발을 들여놨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에서 종합자산운용업체인 GS자산운용과 LS자산운용을 본허가했다.
롯데그룹이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한 데 이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도 현대증권을 운영하면서 자산운용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증권·자산운영업에 진출하는 것은 금융투자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전망이 밝은 데다 그룹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회사채나 주식 등을 발행해 적은 비용으로 운영 및 인수.합병(M&A) 등의 자금을 조달하고 자산운용사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 안정적인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금융투자업 진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교수)은 "금융투자업은 유가증권 투자와 운용을 병행하는 산업이어서 산업자본이 금융투자업에 진출하게 되면 시장 경제 원리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들이 금융투자업을 경영권 유지나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정책방향이 금융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