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는 건설사ㆍ저축은행…"선별지원으로 옥석 가려야"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에서 탈출하려면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건설사 등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무차별적 금융지원을 통한 공생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고통이 따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의 신뢰 회복을 통해 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하는 길은 구조조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미분양주택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금융불안의 원인이 된 건설과 저축은행 부문이 우선 거론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구조조정을 하면 환부가 드러나면서 일시적으로는 충격이 있겠지만 불확실성을 없애는 측면에서 증시와 금융시장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초기에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과감히 털어냈다면 미국발 위기가 이렇게까지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구조조정 지연이 화를 키운 셈이다"고 진단했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도 정부와 금융권의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신용부실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정책은 아니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연구원은 정부의 각종 시장안정 대책에도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여전히 신뢰가 부족하다는 얘기라며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현재 추진하는 건설사들의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과 관련해서는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며 대주단 가입은 '상생부'가 아닌 '살생부'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주단 가입 시한을 연장하고, 건설사들이 신청만 하면 다 받아줄 듯한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건설사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책 당국이 출혈을 피하고자 모두 끌고 가려는 포퓰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비용이 더 커지기 전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워크아웃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량 및 부실 기업을 구별해야 자금순환이 정상화돼 금융과 실물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