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지청, 사업자-공직자 어두운 거래 밝혀
경기도 안성시 한 골프장에 포함된 시유지를 골프장과 시가 교환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불거진 안성시 골프장 비리 사건 수사는 시장, 시 공무원, 시의원, 골프장 관계자 등 9명을 구속 기소하며 20일 일단락됐다.
이 사건 수사에서는 골프장 건설과정의 사업자 비리, 인허가 과정의 사업자와 공직자 유착관계, 자치단체장과 관내 기업과의 어두운 거래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안성시 에덴블루골프장 비리 수사에 착수, 이동희 안성시장, 골프장 대표 한모(55) 씨, 오재근(53) 안성시의원, 안성시 공무원 김모(49.5급).이모(49.6급) 씨 등 모두 9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8월 26일 안성시민연대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 수사는 '안성시가 시유지 7만여㎡가 포함된 골프장 조성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나'를 밝히는데서 출발했다.
평택지청은 지난달 9일 안성시가 추진한 대북지원사업에 5억원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이 골프장의 분양승인 허가를 내 준 6급 공무원 이씨를 먼저 구속했다.
또 같은 날 골프장 자체 비리 수사에서 하도급업체로부터 3억6천여만원의 공사 발주 '리베이트'를 받고 회삿돈 26억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1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골프장 대표 한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어 지난달 29일 아파트 사업 승인 청탁을 받고 지역 건설업체 2곳으로부터 각각 1억원씩의 대북사업 기금을 내도록 한 안성시 건축과장 김씨를 구속했다.
골프장과 건설업체가 대북사업 기금으를 내는 과정 수사에서 이 기금 조성에 시장이 깊이 개입돼 있음을 확인한 검찰은 이동희 시장을 소환조사, 지난 3일 이 시장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 사건 수사의 큰 줄기는 마무리됐다.
이 시장의 구속을 놓고 지역 일부 단체는 지역발전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열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민선 단체장이 전시성 행사를 위해 약자 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사업 자금을 조달했다는 혐의는 모든 자치단체에 경종을 울렸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 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이를 이용해 하도급 공사 수주에 압력을 행사하고 돈을 받은 시의원이 구속됐고 골프장 공사로 생긴 산림훼손을 무마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대한지적공사 간부직원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앞으로 시유지가 포함된 골프장 사업을 승인하는 과정에 연루된 관련 공무원 및 골프장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평택지청 이상용 부장검사는 "자치단체장이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홍보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요자금을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행정편의를 제공하는 그릇된 유착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골프장을 처벌하는 규정 신설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