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회계법인도 세무법인에 문의하도록 역량 길러야"
"국세청과 세무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세무사 스스로의 전문화도 필요"
"기장만으론 안된다…'세무신고검증제도' 큰 힘이 될 것"
700명의 합격자, 국세청 은퇴자, 공인회계사 중복인력 등 1000여명의 세무사가 매년 탄생하는 상황에서 세무대리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문제는 역시 세무법인의 대형화다.
지난 19일 기자가 찾아간 세무법인 '택스홈&아웃'은 그런 점에서 어느 세무법인보다 대형화를 위한 갈망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앞으로 10년 후에 100명 이상의 전문세무사를 보유하는 것이 우리 비전입니다."
택스홈&아웃의 김성일 대표(사진, 세무사)는 세무법인의 전문화, 대형화를 위해 최소한 100명의 전문세무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테크를 전문으로 한다든지 상속전문, 증여전문, 법인전문, 법인 중에서도 M&A 전문 등 세무사의 전문화가 곧 세무법인의 전문화를 이끌어 낸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과세표준 계산이나 이런 것은 세무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전문화된 그런 세무사들이 있어야 한다"며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에서도 적어도 조세분야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런 전문화된 세무사들이 10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보다 더 전문화, 차별화된 세무사들이 모여야만 세무사업계의 숙원인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것. 문제는 어떻게 세무사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느냐 하는 데 자연스럽게 초점이 맞춰진다.
■ "세무사회가 신규세무사 교육비용을 지원해야"
김 대표는 "대형화 진행에 가장 걸림돌은 전문화에 대한 '교육비용'이다"라고 단언했다.
신입 세무사들이 상속전문, 법인 M&A전문인력이 당장 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 세무사들을 전문인력으로 만드는 데 드는 교육비용이 김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세무사 본인이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세무법인)에서도 교육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김 대표는 택스홈&아웃에 있는 5년차 세무사들을 이미 세무나 경영관련 대학원에 보내 교육시키고 있다.
한 학기에만 1000만원이 넘는 교육비를 들여가며 세무사전문화에 투자하는 만큼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교육비용인 것.
김 대표는 "기장과 세무조정을 해서 세무사들 월급주기도 바쁜데 교육비용을 투자하려니 계속적인 자금부족이다"라며 "이것을 누군가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세무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규세무사는 수익을 낼 수 없으니까 그런 세무사들을 교육시킬 동안에 세무사회가 세무법인들을 도와야 한다"며 "세무법인들이 신규 세무사들의 취업을 책임지고 있는 대신 이들의 교육에 드는 비용에 대해 자금력이 있는 세무사회가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장만 해서는 대형화 할 수 없다"
세무법인 대형화의 두 번째 걸림돌은 기장업무에 목을 메고 있는 세무사들의 업무현실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 부분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세무사회에서는 대형화 해야한다고 하지만 뭐 할 게 있어야 대형화할 게 아닌가. 기장만 해서 대형화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내 세무법인 중 규모나 업무영역 면에서 다섯 손가락 내에 꼽히는 택스홈&아웃도 기장·조정이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컨설팅 등 다른 분야는 30%가 안 된다.
택스홈&아웃은 이런 비중을 2009년에는 기장 60% 컨설팅 40%, 2010년에 기장 50% 컨설팅 50% 등 중장기적으로 역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제는 컨설팅 분야에는 세무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김 대표는 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무영역을 제한하고 있는 법을 고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인회계사들과도 충돌되는 부분이 있고, 또 4대보험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노무사들과도 충돌이 되고, 뭐든 하려면 다 충돌이 된다"며 "컨설팅이라는 것이 구분이 애매하다보니까 그런 것을 좀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경영컨설팅이라고 해서 세무를 꼭 붙이게 되는데 분사나 합병(M&A)이나 모두 세금이 문제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에 대해 1조원 과세가 왜 문제가 됐겠나. 그런 부분에 대해 업무개발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 세무사회에서 올해부터 열심히 하려고 하는거 같은데 효과가 늦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세무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세무에 대한 ∼'이라고 돼 있어서 단기순익, 인사관리 등도 다 세금문제이지만 타 자격사와의 문제 때문에 조심스럽고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무에 관한 부분이 좀 들어가면 다 컨설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세무신고검증제도가 대형화 발판 될 수도"
세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세무신고검증제도'도 세무법인의 대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실납세기업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신 세무사의 스크린만으로 조사를 대체하고, 대신 그 책임을 세무사가 지도록 한다는 내용의 세무신고검증제도는 국세청의 행정력 낭비를 막을 뿐만 아니라 세무사의 일거리 창출이 될 수 있기 때문.
김 대표는 "세무조사를 받는 사람은 1%이고, 99%는 조사를 받지 않는데, 이 99%는 항상 언제 조사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것을 사전에 검증해서 통과시켜주고 조사면제의 효과를 주자는 것이 세무신고검증제도인데, 이런 게 있으면 국가세수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범위 내의 조사는 더욱 엄정히 할수 있고, 세무사들은 대형화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국세체납처분도 마찬가지로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들이 다 할 수 있는 업무"라며 "관할 세무서의 지휘를 받아 체납처분하면 된다. 체납회수비용이 드는 만큼 세무사들에게 적용해 주면 무리 없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을 국세청이 과감하게 세무사들에게 주면 세무사는 대형화하고, 국세청은 체납처리 인력을 빼서 세원관리나 조사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세무법인의 대형화는 이미 현재 규모 있는 일부 세무법인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무법인들 간의 합병도 논의될 정도.
또한 김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세무법인협회의 활동도 이러한 세무법인 대형화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세무법인만이 가져갈 수 있는 업무영역을 개발하고 자금문제나 연구개발문제 등 우리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세청 등에 세무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며 "아직 번듯한 사무실 하나 없는 임의단체이지만 200여개의 세무법인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내년초에는 종합적으로 협회를 추스릴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방법이든 김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대형화를 위한 걸림돌이 확실히 존재하는 만큼 세무사회나 국세청의 지원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무업계의 주변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또 앞으로 어떤 활동으로 대형화를 이뤄낼지는 세무대리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할 터.
현재 600여곳의 병의원을 관리할 정도로 다른 세무법인에 비해 특히 병의원의 세무회계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택스홈&아웃은 이달 말 목동지역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올해 외형의 5%인 2억원까지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이라는 택스홈&아웃의 미래에 절로 관심이 간다.
◇ 김성일 대표는?
1946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상고와 명지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에 국세청에 발을 디뎌 15년간 근무했고, 1985년부터 2년여간은 과거 한보종합건설에서 경리자재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1986년 세무사 개업 이후 한국세무사회에서도 윤리위원회 간사, 업무침해감시위원회 상임위원, 업무정화조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재단법인 백양회 감사,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제세 공정과세협의회 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세무법인협회 회장을 맡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