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예상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져 3년반만에 최저수준으로까지 내려앉았다.
유가가 50달러를 밑돈 것은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22개월만에 처음이고,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3년반만에 처음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4달러(7.5%) 떨어진 배럴당 49.62달러에 거래를 마쳐 작년 1월18일 이후 처음 50달러를 밑돌았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48.64달러에까지 거래돼 2005년 5월2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는 지난 7월 배럴당 147.27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4개월여만에 거의 100달러나 떨어지며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3.86달러(7.5%) 내린 배럴당 47.86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장중에는 47.82달러에까지 거래되며 2005년 5월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유가는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FC글로벌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칩 호지 이사는 블룸버그 통신에 현재의 경제환경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모든 것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경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랠리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뱅크는 전날 보고서에서 유가가 내년 4월까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드레스드너클라인워트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캐러스 루이스-대비스는 147달러에 달했던 유가는 투기에 따른 거품이었다면서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는 신호들이 유가를 추가 하락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에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가 2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09년 하루 석유수요가 67만배럴 줄어든 8천650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었다.
국제유가의 급락세는 다른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함께 물가 하락 속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이날 3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1.8% 떨어진 파운드당 1.58달러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1.552달러에까지 거래돼 2005년 6월 이후 3년여만에 최저치로 추락하기도 했다.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이날 2.8% 떨어진 233.73을 기록해 2003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해 원자재가 하락세를 반영했다. CRB 지수는 7월3일 473.97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으로 내렸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도 유가 하락 속에 1% 떨어지며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미국 경제가 디플에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지난주(11월10-15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도 16년만에 최대를 기록, 실업자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면 금 가격은 안전한 투자처로 선호되면서 상승했다.
12월 인도분 금값은 이날 1.7% 오른 온스당 748.70달러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