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계 거물 잇따라 면담
"차기 G-20회의 범정부차원 대처"
사공일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전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이라지만 한국은 거시 경제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 사공 위원장은 20일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신 보도에 비해 우리의 경제 상황은 상당히 건실한 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책운용 여지가 많은 이유로 "재정 상황이 OECD 국가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통화정책면에서도 여유가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세계 6위"라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4%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등 모든 면에서 룸(여지)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환율 급등 사태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최근 전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연말쯤 되면 환율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경상수지가 4.4분기에 흑자로 돌아섰고, 내년에도 80억 달러 가량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환율은 곧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경제 상황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도 IMF 등에서 잇따라 경고를 보내고 있고,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적 견해도 많은 만큼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뉴욕방문에서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과 면담을 가진 사공 위원장은 세계 경제의 미래와 관련해 "각국이 적자 재정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 지원 정책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전세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2-3년 뒤에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G-7선의 경우 강력한 경제주체들인 중국·인도 등 이머징 마켓이 빠지면서 정치적 정통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고, G20는 너무 수가 많다는 견해여서 14-15개국 정도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한국이 빠져서는 안되는 만큼 내년 4월에 열릴 예정인 G-20 공동사무국 지위를 맡은 한국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차기 회의 의제를 만들어 가는 일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오바마 정부도 한미 FTA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가장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먼저 자동차 등의 재협상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