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수입업체들과 관세청간의 한판 법리논쟁이 예고돼 있어 주목되고 있다.
최근 금 수입업체인 K사가 50억원대의 관세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청구한데 이어 동일한 조건에서 금을 수입한 수입업체들도 줄줄이 불복청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사와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국내 금 수입업체에는 굴지의 대기업과 또 유명한 시중은행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금 수입업체들은 자유무역협정(FTA)체결시 선진국의 경우 원산지 증명서 발급을 일반 기업체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FTA협정이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심판결과에 따라 해당 FTA협정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종로구 소재 금수입업체인 K사는 지난 2006년 이후 34건에 걸쳐 수입신고한 스위스산 금괴가 한-EFTA FTA가 정하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8년 9월 서울본부세관장으로부터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50억4천여만원을 부과받았다.
K사는 억울하다며 이에 즉각 불복, 지난 13일 처분취소를 청구하는 심판청구를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K사는 스위스산 금을 수입하면서 그동안 수출자인 스위스 금 제조사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해 수입통관해 왔으나 2007년 서울세관의 통관업무 적정성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스위스 수출자가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에 오류가 있다는 문제가 확인되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FTA특혜관세 혜택을 도로 토해 내게 된 것.
국내 금 수입업자들에 따르면 문제는 FTA체결국간 교역의 경우 원산지 증명서가 잘못되면 수입업자가 그 원산지 증명의 책임을 지게 돼 있는데, 통상 원산지 증명서는 수출국가나 수출국가의 상공회의소가 발행하는 반면, 스위스와 같은 선진국의 경우 FTA 체결당시 수출기업체도 스스로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협정이 체결되고 있어 국가가 발행하는 증명서와는 신뢰도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
때문에 선진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행정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수입업체들의 주장이다.
또한 금의 경우 고순도 금괴를 생산하기 위해 한번에 많은 재료를 용광로에서 녹여내야 하는 제련과정에서 어느 나라의 원료를 사용했는지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K사 등 금 수입업체들이 수입했던 스위스산 금괴의 경우 스위스 내에서도 스위스산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정확한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K사의 주장은 "대부분 정부나 상공회의소가 발행하는 원산지증명서만을 인정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대해서만은 일반 기업체가 발행하는 원산지 증명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재 체결돼 있는 FTA의 문제점"이라며 "수출자의 문제가 수출국에서 조차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게만 그 책임을 물어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외국에서 볼 때에도 모양새가 우스울 뿐"이라는 것.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수입하기전 FTA원산지 관련규정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세관의 관세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K사를 비롯해 한-EFTA FTA협정을 적용해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서울 종로 일대의 다른 금수입업체들이 모두 이번 과세에 불복, 심판을 청구할 경우 불복금액은 모두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