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가지 알-야웨르 이라크 임시정부 대통령의 전화를 도청하는 등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기록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그루지야 주둔 미군의 청음초소 통역관 출신인 데이비드 머피 포크는 지난 2006년 블레어 전 총리에 관한 NSA의 기록을 본 적이 있다고 미국 ABC 뉴스에 전했다.
그는 블레어의 전화 통화가 정기적으로 도청ㆍ기록됐기 때문에 블레어에게 '앵커리(Anchory)'라는 암호명이 붙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급 비밀 정보인 도청 내용의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 자신이 2003-2007년 그루지야 미군 기지에서 NSA 배속 아랍어 통역관으로 복무할 때 이라크의 첫 임시정부 대통령인 가지 알-야웨르와 그의 약혼녀가 전화로 나눈 '정담'도 엿들었다고 말했다.
포크는 지난 달 NSA가 해외에 있는 구호요원과 군인 등 수백명의 전화통화를 도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블레어와 알-야웨르는 이라크 전쟁이 발생한 2003년 당시 미국 최대의 우방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미 정부를 상당히 당황케 할 것이라고 25일 영국 일간 메일 인터넷판이 예측했다.
익명의 전 CIA 요원은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영국과의 약속을 크게 위반한 것"이라며 영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은 자료를 공유하면서도 서로의 정보는 수집하지 않기로 하는 암묵적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NSA가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와 그의 연인 도디 파예드의 전화통화를 도청했었다는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러즈 백화점의 소유주이자 도디 파예드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NSA에 도청 테이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었지만, 거절 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