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 통해 정황 드러날 땐 즉각 소환조사
수사팀 보강…박연차 비리 의혹 중수2과 전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5일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청탁이 실제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노씨가 금품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수사팀을 확대 편성해 중수1과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을, 중수2과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 과정상 조세포탈 및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키로 했다.
검찰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홍기옥(구속) 사장으로부터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와 동생 광용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 돈이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쪼개져 `세탁'된 점에 주목해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씨 형제는 29억6천300만원이 든 홍씨 명의의 통장을 건네받은 데 이어 6천만∼7천만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노건평씨를 통해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로비를 해준다고 했다", "홍기옥 사장이 노씨를 찾아가 만났다"는 등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노씨를 수사 대상에 올리고 출국을 금지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2005년 4월 홍 사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같은해 6월 홍 사장에게 `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소개해 줬으며 그 인사와 함께 도와주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처음에는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정씨 형제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묵살했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홍 사장이 찾아와 부탁하기에 다음날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 연락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고 말을 바꿨다.
노씨와 지인이자 노 전 대통령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돼 (노씨에게) 별일 없느냐고 물어봤는데 `돈도 안받고 사람만 소개시켜 줬을 뿐인데 그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검찰은 노씨가 정씨 형제나 홍 사장의 부탁을 받고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는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받은 30억여원의 상당 부분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내고, 향후 추적 과정에서 노씨에게 금품이 건너간 정황 등이 드러나면 그를 즉각 소환해 사실 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 노씨에 대한 혐의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또 홍 사장이 로비 대가로 쓴 80억원의 용처 추적을 계속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치권으로 흘러간 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수2과에 맡겼다.
검찰은 특히 증권선물거래소가 2006년 3∼7월 박 회장 등 정권 주변 인사들이 세종증권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긴 의혹을 조사하다가 무혐의 종결한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 중이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박 회장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사건 또한 중수2과로 옮겨와 다른 혐의와 함께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