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지급시기 늦춰달라" 항고에 기각 결정
이혼 후 빚이 많아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등 어려운 형편이라도 자녀들의 양육비는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안영길 부장판사)는 개인회생 절차를 마친 뒤부터 자녀들의 양육비를 줄 수 있도록 지급 시기를 늦춰 달라는 A 씨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아내와 이혼한 A 씨는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아내로 하고 어린 두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한 아이당 50만원씩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A 씨가 빚이 많았던 점이 고려돼 양육비는 3년 후인 2008년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법원 조정 직후 A 씨는 개인회생 신청을 했고 인가결정을 받아 빚을 갚아나갔다.
A 씨는 월 평균 3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았고 이 중 절반이 좀 못되는 금액이 빚을 갚는 데 들어갔다.
어느덧 양육비를 줘야 할 시점이 왔고 A 씨로서는 빚을 갚고 남은 돈 중에 10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A 씨는 개인회생 절차가 끝나는 2010년말부터 다시 양육비를 주되 아이들이 성년이 된 이후에도 못준 기간을 연장해서 주겠다면서 양육비 지급 시점을 좀더 늦춰달라며 법원에 항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정이 성립할 때 양육비 지급시기를 3년 뒤로 정한 이유는 A 씨에게 채무를 정리할 시간을 주려했던 것으로 보여 A 씨의 경제적 형편이 충분히 고려됐다"면서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정이 성립된 이후 개인회생 인가결정을 받았다는 점은 오히려 A 씨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된 사정"이라며 "개인회생 인가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양육비 액수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개인회생이란 재정적 파탄 상태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가 계속 수입이 있을 경우 최저생계비만 남겨두고 일정 금액을 5년 이내로 갚아나가면 파산 선고 없이도 나머지 빚을 면책받을 수 있는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