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의 30% 인하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민주당 내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
김 의원은 25일 오후 '비상시국, 한발씩 양보하자'는 내용의 서신을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이메일과 팩스로 각각 발송했다.
김 의원의 서신은 법인세·상속증여세·소득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과 이러한 대형감세안이 부자만을 위한 감세안이라며 그 대안으로 부가가치세 인하를 끈질기게 주장하는 민주당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간 정쟁에 휘말려 내년도 예산안은 표류하고 있고, 민생문제 해결은 멀어져만 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서신을 통해 "내년 예산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예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비상한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한 시기지만 정치권은 예산안 심의에 앞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조차 풀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정말 바뀔 수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정부여당의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의 대규모 감세안 ▲민주당이 내 놓은 부가가치세 감세안 ▲위헌판결로 손질이 불가피한 종합부동산세법 ▲경기진작을 위해 불가피한 적자재정의 규모의 판단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문제 등을 현재 예산안이 표류하는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우선 "내년도 예산은 이미 GDP 대비 2%가 넘는 적자고 앞으로 언제 얼마나 긴급재정을 투입해야 할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후의 보루인 국가재정을 악화시켜 위기 대응능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고 정부 여당 감세안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이어 "우리 서로 한발씩 양보하자"며 "한나라당은 법인세·소득세·상속세 및 증여세 감세 추진을 철회하고 민주당은 부가세 감세 방안을 거둬들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종부세는 조세 형평과 정의에 맞는 세금"이라는 헌재 결정에 힘을 주면서도 "세부담이 급속히 올랐고 과한 측면도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을 갈라 이야기하는 것도 지지기반의 의식한 정치행위"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민주당은 이런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부 여당에 향해서는 "과세기준을 9억으로 올리고 세율을 대폭 내리려는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며 "실직자·은퇴자·고령자 등 소득에 비해 세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운 분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감면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잘못을 시인하고, 정부 여당도 시기에 맞지 않은 감세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자는 것.
그는 특히 "미국은 지난 8년간 실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말을 소개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곧바로 지난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기존 질서와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라고 정치적 후진성을 지적했다.
그는 "우선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자"며 "지난 10년의 역사를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민주화를 완성하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쌓은 10년'으로,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암울했던 독재의 시대'가 아닌 '가난을 극복한 산업화와 도약의 시대'로 서로 인정하자"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