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금족령(禁足令)'이 떨어졌다.
남은 정기국회를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비상국회로 명명한 홍준표 원내대표가 "12월1일부터 국회 종료 때까지 의원들의 해외출장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로 예정됐던 의원들의 해외방문 일정이 잇따라 취소됐다.
국제의원연맹(IPU.상임공동대표 황우여) 소속 한나라당 의원 4명은 다음달 세네갈에서 열리는 `글로벌펀드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체류 일정이 홍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못박은 내달 8, 9일과 겹쳐 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연맹 소속 한 의원은 "9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면 출국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예산안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웬만하면 계획대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관계 강화를 목표로 결성된 한미비전특위(위원장 정몽준)도 2∼7일 정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 6명으로 방미단을 짰지만 고승덕, 권택기 의원을 제외하기로 했다..
당내 취약한 미 민주당 인맥을 구축한다는 나름의 소명을 지녀 외유성 일정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홍 원내대표의 철저한 `문단속'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특히 방미단서 제외된 고 의원과 권 의원은 소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집중 질책을 받은 정무위 소속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정몽준 위원장이 홍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들의 방미를 허가할 것을 부탁했으나 통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개인 일정으로 내달 초 일본 방문을 희망했던 의원 2명이 1, 2일 본회의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허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국이 무산된 한 의원은 "영문명함을 제작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군기 단속'도 좋지만 개별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