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자 임금명세 제대로 제출 않아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시행되는 대책들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공공근로나 일용직들에게 임금을 내줬다는 지급명세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세정당국이 정작 지원을 하려해도 대상 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기현상이 지자체 등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획재정부로부터 일용 근로소득 지급명세서가 연말까지만 제출되면 유가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국세청이 이런 유권해석을 받은 이유는 공공근로자나 장애인 도우미와 같은 공공부문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유가환급금 지급에서 제외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법상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급여가 80만∼3천600만원에 해당되면 유가환급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이 받은 급여를 증명할 별다른 수단이 없다.
정부예산으로 이들을 고용한 지자체 등이 이듬해 2월말까지 국세청에 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서류가 지금까지 제출된 경우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연말까지 시한을 연장해 뒤늦은 지급명세서를 받는 고육지책을 써서 공공부문의 8만∼9만명 가량이 혜택을 입게 됐지만 문제는 더 큰데서 발생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EITC도 소득증명 등 다른 자료를 쓸 수 있기는 하지만 1차적으로 지급명세서가 국세청에 제출돼 있어야 손쉽게 소득을 판별해 지급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정부 당국과 지자체들은 그간 공공근로자나 장애인 도우미에게 지급된 것이 '복지' 성격의 예산이어서 이를 급여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판례상 이들을 일정 기간 이상 고용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부담이 있어 지급명세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것이 실제 원인이며 제 때 지급명세서를 내지 않으면 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기업과 달리, 필요할 때 늦게 제출해도 가산세가 없다는 점이 이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미 공공근로 등 일용직에 대해 지급명세서를 제출해온 지자체들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EITC의 경우 지급명세서 외에 다른 입증수단도 인정되지만 가장 1차적인 자료가 지급명세서"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내년 EITC 시행에 앞서 지자체 등에게 일용근로자 등의 지급명세서를 빠짐없이 제출해주도록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근로장려금은 ▲부부 연간총소득 1천700만원 미만 ▲부양하는 18세 미만 자녀 2인 이상 ▲무주택이면서 부동산, 자동차, 예금 등 재산 1억원 미만인 경우 소득 구간에 따라 최고 80만원이 지급된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지급액을 120만원으로 늘리고 자녀 수를 1인으로 줄이는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