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일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권 내부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당에서도 그렇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그렇고 공식적으로 건의된 적도, 논의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박 전 대표에 대해 `국정의 동반자'라고 선언한 만큼 그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의 경제위기 해법으로 박 전 대표가 등장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국내의 정치적 요인보다는 미국발(發) 금융위기라는 외생변수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청와대 일각에서도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연말회동'을 적극 건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은 박 전 대표와의 회동 등에 일단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는 다양한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반응 그대로 청와대 내부에서 박근혜 역할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고, 적어도 경제위기 해결 문제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없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불신의 벽이'이 예상보다 높고,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를 중용할 경우 여권내 `계파정치' 인정과 `지분보장'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실제로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물론 반대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면서도 이 문제를 섣불리 공론화할 경우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올 초 흘러나왔던 `박근혜 총리론'이나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제기됐던 `박근혜 당 대표론'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진정성 없이 애드벌룬만 띄웠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박근혜 역할론은 제기됐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