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촌각이 급한데.."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의결이 올해로 6년째 법정시한을 어기게 됐다.
올해는 특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예산 조기집행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여서 예산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기대됐지만 관행이 돼버린 늑장 심의는 위기상황에도 아랑곳없이 또 재연되고 말았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 헌법은 제54조 2항에서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 12월2일을 법정 처리시한으로 못박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있던 지난 2002년에만 11월8일에 예산안이 조기통과됐을 뿐 이후에는 매년 12월27일을 넘겨 국회를 통과하고 있다.
2003년에는 12월30일, 2004년에 12월31일, 2005년에는 12월30일, 2006년에 12월27일이었고 작년에도 12월28일이었다.
2001년 이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연말이 다 돼서야 예산안이 처리돼 정부나 국회는 이제 예산안은 크리스마스 지나고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즈음에나 통과시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우리나라를 포함,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에서도 예산안 제출시부터 조속한 국회통과를 목표로 했지만 국회는 구태의연했다.
예산안 심의를 맡은 조세소위 첫날부터 파행을 빚더니 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며 심사 거부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예산안의 기한내 적법한 처리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해외에서는 비상상황실인 '워룸(WAR ROOM)'까지 설치해가며 위기극복을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마당에 우리는 헌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정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도 예산확정 공고와 분기별 배정계획 및 자금계획 수립,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12월2일에 통과가 되도 내년 초에 맞춰 집행하는 일정이 빠듯하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국고 보조금을 계산해 최종 예산편성에 나서기 때문에 정부 재정집행보다도 더 늦어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안이 늦어지면 행정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초부터 경제살리기를 위해 집행되어야 할 예산이 나가지 않게돼 전체적인 자금 순환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위기타개책을 내면서 '1분이 아깝다'고 지적한 것처럼 우리도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1분이 아쉬운 판인데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처리가 지연되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