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련 국책연구원장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금융불안이 내년까지 지속되고 실물경기는 바닥을 치면서 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원장들은 3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전망하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한강소사이어티(이사장 채수찬)가 주관하고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의 원장들이 참석했다.
◇ "내년 상반기 실물경기 저점"
연구원장들은 글로벌 금융불안이 당분간 지속되고 실물경기는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경제 전반이 내년 상반기에 저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은 "국제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크게 해소되기 어렵다"며 "안전자산으로서 미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면서 고환율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욱 KIEP 원장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인 미국 주택시장은 내년까지 침체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10% 내외에서 추락 하락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실물경기는 내년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 소폭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현정택 KDI 원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증가율이 급락하면서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2%대에 그치겠지만 하반기에는 4%대 중반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국제유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를 지속한 뒤 하반기부터 글로벌 실물경기가 매우 완만하게 회복함에 따라 소폭 상승, 연평균 배럴당 67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재정지출 역할이 중요"
연구원장들은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재정지출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최근의 경제여건은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서 외환위기 때처럼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원장은 "현재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확장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정택 원장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다만 재정지출 확대가 재정건전성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해야 하고 계획된 감세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항구적인 추가 감세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출 규모 못지않게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 원장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는 진행 중인 사업의 공기를 단축하고, 이미 확정된 사업은 조기에 착수함으로써 재정집행의 시차를 줄여야 한다"며 "지방에 추가로 지원되는 재정도 단기간에 완료되는 사업들에 중점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봉 원장은 "내수확대 정책과 함께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