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 중인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외에 세종증권 주식 대량 매매로 시세차익을 남긴 인사들의 리스트가 나올지 주목된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는 2005년 세종증권 주가 급등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하고서도 무혐의 종결해 검찰이 세종증권 측의 로비가 있었는지,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아울러 당시 세종증권 주식 대량 매매자의 정보를 파악해 이들이 농협이나 세종증권 측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세종증권 주가는 2005년 1월 2천원대였는데 농협의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급등했고, 인수 계약이 체결된 2006년 1월에는 2만원대까지 무려 10배가 올랐다.
실제 박 회장은 본인과 아내 이름으로 세종증권 주식 87만주(41억원)를 실명거래해 94억원을, 지인 정모씨와 박모씨 명의로 110만주(69억원)를 차명거래해 84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등 모두 110억원을 투자해 178억원의 차익을 남겼다고 시인한 바 있다.
박 회장은 2005년 6∼8월 세종증권 주식을 사들였다가 농협과 세종증권의 인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그 해 12월27일과 이날 전후로 매각해 친분이 두터운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이 '귀띔'을 해준 것이 아닌지 검찰의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기업인들과 참여정부 실세 정치인, 그리고 경남 김해·밀양지역 인사들이 세종증권 주식 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으나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스스로 이런 사실을 밝힌 박 회장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세종증권 주식 대량 매매자들의 리스트가 나온다면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혐의를 입증하는 것과 별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폭발력'이 예상된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증권선물거래소의 조치에 대해 외압의 실체가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직원을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특별하게 구체적 범죄행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기획관은 그러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박 회장 이외에 또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람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이 부분도 계속 살펴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