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관계자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술품 과세문제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업계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재정위원들로부터 '핀잔과 강의'만 듣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 인사들에게 '강의'를 한 사람은 말 잘하는 민주당 백재현 의원, 그리고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과 교수출신인 나성린 의원 등. 이어 재정부 주영섭 국장까지 가세해 세금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고, 미술품 과세에 반대하러 왔던 미술계 인사들은 다소 민망한 모양새 였던 것.
4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따르면 최근 비공개로 열린 조세소위원회에서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 미술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미술품 과세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한 미술관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문제가 미술품에 있어서 소위 문화적 재화로서의 가치보다는 너무 교환적 가치에만 중점을 뒀다는 게 미술계의 가장 큰 우려"라며 "소위 문화적 생태계를 파괴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너무 철학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쉽게 설명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계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다가 "이번 세제개편안이 부자들을 위한 방안이라는 지적 때문에 물타기용으로 힘없는 미술품들을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지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이 강한 미술인들의 생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옆에서 듣고있던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그런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조심해 달라"고 요청했고, 같은 당 나성린 의원도 "어필하는 방법이 잘못됐고, 물타기용이라는 것도 굉장히 잘못된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또 다른 업계 관계자가 "작가 선생님이라서 그렇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미술관 관계자도 "제가 전공이 미술을 하다 보니까 욱하는 게 좀 많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이날 조세소위에 참석한 미술계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답변도 미술계의 입장 대변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재현 의원은 "정부안이 어떻게 과세하는 것인지 내용은 좀 알고 있나"고 묻자 미술관 관계자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나온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백 의원은 "적어도 이해당사자니까 과세하는 방법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과세하는지 자체를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나중에 재정부 세제실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고 말했다.
나성린 의원도 현재 법인들이 미술품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다가, 업계 관계자가 "그래요?"라고 되묻자 "법인 소장가들은 양도소득에 대해 지금 세금을 내지만, 개인 소장가들은 안 낸다는 점을 아셔야 된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재정부 안에는 개인 소장가들에 대해 양도소득이 4000만원 이상일 경우 80~90%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세부담이)크지 않다"며 "과세를 조금 하려는 것인데 미술계에서 대안을 제시해야지, 무조건 감정적으로 와서 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주영섭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현재 개정안은 점당 4000만원 이상의 고가미술품에 한해 과세할 계획"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문화부와 협의해 6000만원 정도로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정책관은 미술품 과세 취지에 대해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당연히 과세돼야 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상 고가의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기본 원칙에 맞다"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미술품에 대해 다 과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위는 이날 소위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가지고 추후 심도 있는 논의를 하도록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