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공기업 원안의결률 73.52%…이견 제시 드물어"
공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비상임이사들이 이사회에 소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발표한 `22개 공기업 비상임이사의 이사회 발언 분석 결과'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공기업의 방만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자이면서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상임이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전원 외부 인사로 항만위원회를 구성한 인천ㆍ부산항만공사를 제외한 시장형ㆍ준시장형 공기업 22개 기관의 2007년 이사회 회의록을 바탕으로 이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2개 공기업 기관의 전체 평균 원안 의결률은 73.52%로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 4건중 3건 가량이 기관에서 제출한 안건 그대로 통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일반적으로 원안의결이 높을수록 이사회에서 그만큼 이견 제시가 없었다는 점을 나타낸다"며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상임 이사들의 동의없이 안건 의결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상임 이사가 기관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형식적으로만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가스공사의 원안 의결률이 93.75%(48건 중 45건 원안의결)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지역난방공사(93.02%), 한국석유공사(88.24%), 대한주택보증(83.92%) 등이 뒤를 이었다.
원안의결률이 가장 낮은 공기업은 한국공항공사(52.17%)로 23건 중 12건이 원안의결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실련이 비상임 이사들의 이사회 발언을 단문(단순질의ㆍ사실확인 등)과 장문(문제제기ㆍ대안제시) 형태로 나누어 본 결과 비상임 이사 한 명의 안건 당 평균 발언수는 1.97번이었으나 장문 발언(0.72번)이 단문 발언(1.25번)에 비해 월등히 적게 나타났다.
비상임 이사들이 장문 발언을 통해 이사회에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원안 의결률이 가장 낮았던 한국공항공사로, 이사 한 명이 안건 당 평균 10.93번의 발언을 했으며 이 중 6.39번이 장문형태의 발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원안의결률이 세 번째로 높았던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비상임이사 한 명이 안건당 발언한 횟수는 0.4번이었으며 이마저도 단순 발언이 절반(0.27번)을 넘어 비상임이사들의 이사회 참여가 매우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은 "이런 결과는 비상임이사들의 발언과 참여, 견제가 적을수록 기관 내부 집행부의 의도대로 기관의 중요한 운영사항이 결정된다는 걸 말해준다"고 꼬집으며 비상임이사의 적극적인 이사회 참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