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이 전통적인 은행 예금 비밀법을 사실상 포기키로 했다.
리텐슈타인 국왕의 형으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를 맡고 있는 니콜라우스공(公)은 3일 전화 회견에서 미국에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계좌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예금 비밀보호법을 대폭 수정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합의를 이끈 니콜라우스공은 EU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양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중과세 방지 협정 마련과 탈세 외국인들에 대한 관대한 처분을 약속해줄 것 등을 EU측에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한 관계자는 리히텐슈타인과의 협상이 진전된 단계에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양측이 서명할 수 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리히텐슈타인과 미국의 합의는 이달 중 조인되며 리히텐슈타인 은행들은 합의에 따라 탈세가 의심되는 예금 계좌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에 관련 정보를 넘겨야 한다.
리히텐슈타인은 조세피난처 가운데 마지막까지 계좌 정보 제공을 거부한 모나코, 안도라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또 지난해 독일 세무당국은 리히텐슈타인의 은행들에 비밀 계좌를 개설한 자국시민의 정보를 입수, 대대적인 세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번 합의는 OECD의 블랙리스크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경제적 이득을 노려 은행 예금 비밀 보호를 고수하고 있는 인접국 스위스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