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4국 특별조사팀 재투입 맥시멈 과세…로비 있었을까?
"사기 또는 기타 부정행위 아니어서 검찰고발 요건 안돼"
포스코,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상당부분 '구제' 받을 듯
검찰이 포스코 그룹의 국세청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이주성 前국세청장 뇌물수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노승권 부장검사)가 진행하고 있어 이주성 前국세청장과 포스코 사이에서 세무조사 와 관련 '금품'이 오고갔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 3일 오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당시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을 방문, 2005년 세무조사와 관련된 자료 일체와 구체적인 추징 내역 자료 등을 받아갔다.
검찰은 지난 2005년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 포스코가 세무조사와 관련해 추징액을 축소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이주성 前국세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을 확보, 이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 포스코 세무조사 어떻게 진행됐나=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5년 7월 착수됐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정기세무조사였다. 세무조사는 관할인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조사요원들로 구성된 조사팀에서 진행했다.
정기세무조사 명목으로 실시된 포스코 세무조사는 사실상 '특별(심층)세무조사'로까지 확대됐다. 당초 정해졌던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소속된 정예 조사요원들을 따로 구성해 세무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청 조사4국 정예요원들을 투입한 배경에는 대구청의 중간 조사결과에 대해 이주성 前국세청장이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 前국세청장의 특명을 받은 서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이 포스코에 대해 사실상의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한 셈.
세무조사 결과 포스코에 부과된 추징세금은 무려 1797억원. 포스코는 국세청 추징세액을 법정납부기일내에 납부한 뒤, 이듬해인 2006년 6월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추징액 전액에 대한 과세불복을 제기했다.
□ "로비 개입할 여지 없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2005년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자존심을 걸고 실시한 세무조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세법해석상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까지 재정경제부에 요청, 재경부의 답변을 받아낸 뒤 과세를 하는 등 상당히 치밀하게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해석이 필요했던 부분은 현재 조세심판원에 계류 중인 포스코 심판청구의 최대쟁점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이 前국세청장이 대구청의 중간조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즉각 서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을 급파, 이런 과정 등을 거쳐 18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한 만큼 세무조사와 관련해 '로비' 자체가 먹혀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
이 같은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검찰이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이 前국세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을 확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세청 안팎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설사 로비가 실제로 있었고 로비가 성공했다면 상식적으로 포스코가 추징세액 전액에 대해 과세불복을 제기하는 일도 아예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국세청 사람들의 설명이다.
□ 1797억 추징, 왜 고발 안했을까?= 세금 추징 규모가 크면 국세청이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예상되는 수순. 국세청은 그러나 당시 세금추징규모가 1797억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구구한 억측들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검찰고발을 막기 위해 로비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오래도록 국세청에서 조사업무를 했던 사람들은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서는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행위가 전제돼야 한다"며 "대부분 검찰고발 사건들은 매출누락 등으로 세무조사 결과 대표자 상여처분 등 소득처분이 되는 사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금들은 대부분 임시투자세액공제나 조세감면배제 등 세법해석에서의 이견 때문에 발생이 됐고, 결과적으로 고의적 탈루로 볼 수 있는 사기 또는 기타 부정한 행위는 개입될 여지가 없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 과세불복,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조세심판원은 포스코가 제기한 과세불복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판절차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조정검토'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통상 심판관 회의 등 심판부 차원의 결론이 내려지면 조정검토에 착수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소 이견이 발생할 경우 '심판관합동회의(상임+비상임)'에 상정해 추가적으로 논의,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심판관합동회의에 상정될 경우 애초 심판부 차원에서 내려진 결론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조세심판원은 포스코 과세불복에 대해 몇 차례의 심판관 회의를 거쳐 일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쟁점사항이 여러개로 나뉘어져 있고 쟁점사항별 추징액수도 각각 다르다는 측면에서 인용 결정이 난 쟁점사항과 기각결정이 난 쟁점사항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과 포스코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사항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부분도 결론에 도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심판원이 심판관합동회의를 거치지 않고 애초 심판부 차원에서 내려진 결론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국세청이 법적 근거가 희박한 '부실과세'를 했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포스코의 세무조사 관련 로비 자체가 '실패한 로비'에 속한다는 설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